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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자연주의/흙집에 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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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자연주의/흙집에 살고싶다

입력
1997.10.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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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엔 따뜻한 환경친화 전통주택/현대식 공법 접목 외풍심한 단점없앴고 아름다운 외관 자랑흙집이 돌아온다.

도시 근교의 전원주택은 전체나 일부에 황토를 마감재로 활용하고 있으며 흙만으로 집을 짓는 전통주택공법도 다양한 방식으로 살아나고 있다. 전통 초가를 본떠 단층으로 지어지던 흙집은 올들어 2층집까지 등장했다.

파주시 교하면 연다산리에 최근 완공된 35평짜리 주택. 건축가 정기용씨가 설계한 이 집의 아랫채에는 거실과 서재 주방 욕실 침실이 들어서 있다. 나무골조에 이층벽은 아이소코트를 썼지만 흙구조가 이를 떠받치는게 신기하다. 흙집이지만 보일러와 욕조, 주방 등이 모두 현대적 미관을 자랑한다.

이같은 현대식 미관의 2층짜리 흙집은 전북 무주군 안성면 진도리 진원마을에도 들어서고 있다. 역시 정씨가 설계한 이곳은 마을회관(62평). 나무골조에 담집으로 11월께 완공될 예정이다. 아래층에는 방 3개와 주방 화장실 등이 들어서고 2층에는 노인용 거실과 청소년용 독서실이 들어선다. 『야물지도 않고 우풍(외풍)이 세다』며 콘크리트집을 선호하던 마을주민들을 설득해서 흙집을 짓게 만든 마을 이장 정용옥(49)씨는 『농촌 풍경과도 어울리는 마을회관이 들어서면 큰 자랑거리가 될 것』이라며 기대가 크다.

흙집을 짓는 방법은 크게 세가지. 우선 진흙을 벽돌모양으로 굳혀 말린 흙벽돌을 쌓는 방식이 있다. 두번째가 옛날 초가에 흔히 쓰던 심벽방식. 진흙에 풀같은 것을 썰어넣거나 수숫대같은 것으로 벽의 구조를 만든 뒤 진흙을 붙이는 방식을 일컫는다.

담집은 담틀로 불리는 커다란 틀에 흙을 다져넣어 쌓아올리는 것. 흙 자체가 머금고 있는 수분만을 이용해서 다지면 서서히 마르면서 강도가 높아진다.

흙벽돌이나 심벽방식은 쉽게 활용할 수 있지만 약한 것이 흠. 반면 담집은 수백년을 써도 견고하고 빌딩도 올릴 수 있다고 한다.

흙집의 흠은 모서리가 약하고 물기에 오래 방치되면 무너지는 것. 돌 기초와 나무 골조로 보완한다. 지붕도 비를 가릴만큼 커야 한다.

현대식 미관의 흙집이 건설된다는 것은 건강에 좋다는 흙집에 살기위해 쾌적한 문명을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 미래건축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왜 미래를 위한 흙집인가. 『자연으로 돌아가는 집』이기 때문이라고 정씨는 말한다. 콘크리트 집은 버려지는 순간부터 쓰레기가 되지만 흙집은 땅으로 돌아간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건축계획연구실 김현수 선임연구원은 『이땅의 흙은 우리 기후풍토와도 맞는다』고 말한다. 흙벽은 더울때는 열기를 흡수해서 시원하게 해주고 추울때는 저장했던 열을 내뿜어 따뜻하게 해준다. 흙집에 외풍이 심했던 것은 창문의 아귀가 맞지 않았기 때문. 현대적인 공법으로 짜맞춘 흙집은 외풍이 치지 않는다고 김연구원은 일러준다. 시멘트나 벽지 등이 내뿜는 독성 화학물질을 내뿜지 않으며 미세한 기공이 환기를 도와 건강에도 좋다.

어디서든 쉽게 건축재료를 구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 파주 집은 주변 흙을 파서 썼고, 무주 마을회관은 인근 도로공사장에서 파낸 흙을 100여만원에 사왔다.

집 짓는 법도 쉽게 익힐 수 있다. 파주에 흙집 4채를 지어 자연농원으로 운영하고 있는 이철학(48)씨는 『집을 짓는 기쁨은 지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고 말한다. 흙에서 난 인간이 흙을 만지며 노동하는 기쁨을 흙집은 돌려주고 있는 셈이다.<서화숙 기자>

◎황토집이 아니라 흙집… 불리용엔 흙건축 마을도

황토로는 집을 지을 수 없다. 황토는 진흙으로, 강도가 약하고 마르면 갈라진다. 이때문에 정확한 황토집의 이름은 흙집. 다만 흙에 황토성분은 많다.

흙집의 흙성분은 황토가 40∼45%, 모래가 25∼30%, 마사토가 7∼8% 정도가 섞여있는 것이 이상적이다. 모래는 수분에 따라 팽창 수축하는 황토의 성격을 보완해주며 강도도 높여준다. 마사토 역시 수축률을 낮춰주며 기공이 생기도록 만들어주는 효과가 있다.

보통의 흙에는 모래 성분이 부족하므로 흙을 체로 쳐서 곱게 만든 후 모래를 섞어준다. 바다모래가 더 좋다. 소금기가 흙의 응집력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외국에는 흙 빌딩도 있다. 남예멘에는 10층짜리 아파트도 있고 프랑스 리용 근교의 일다보(ile d’abeau) 지역은 흙건축 만으로 자그마한 마을을 이뤘다.

◎“아침이면 머리가 개운해요”/28평 흙집 직접 짓고 사는 이신호씨

충북 청원군 낭성면 귀래리 200평 대지에 자리잡은 이신호(42·충북대 농공학과 교수)씨 집은 요즘 유행하는 흙집이다.

농촌주택을 연구하면서 흙집예찬론자가 된 그가 지난해 직접 설계하고 시공한 이 집은 일자형의 5칸 집. 규모가 상당해 대갓집처럼 위풍당당해 보인다. 나무결이 그대로 살아있는 기둥과 서까래, 검붉은 흙벽 등 외관이나 4개의 방을 일자로 배치한 집 구조, 건축과정은 전통한옥을 그대로 되살린 것이다. 나무와 기와 등 외장재료에서 벽지 도료까지 자연친화적인 재료만 사용했다.

28평의 집을 짓는데 3개월가량 걸렸고 시공비도 평당 320만원이 들었다. 꽤 큰 공사가 돼 버렸는데 정작 공사가 끝난 뒤에도 이씨의 일은 더 늘어났다. 집 구경 오는 사람들이 줄을 잇고 평소 친분있는 사람들이 흙집을 지어달라고 부탁을 해 와 근처에 비슷한 구조로 4채를 더 지었다.

이씨가 처음 터를 닦을 때만 해도 건축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책에 나오는 정도였다. 터닦고 주춧돌을 놓기까지는 그래도 수월했던 편. 가장 어려웠던 것은 기둥과 대들보 지붕틀 추녀 마루널 등을 목재로 짜서 맞추는 일이었다. 나무에 못질대신 홈을 만들어 끼워맞추는 작업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을 구해보니 모두 환갑을 넘긴 목수들이었다. 한달넘게 목수 4명과 작업을 하면서 이씨는 이들로부터 전통가옥 건축에 대해 많이 배웠다. 기둥은 낙송을, 서까래와 마루는 육송을 사용했다. 암수키와로 지붕을 올린뒤 본격적인 흙작업에 들어갔다.

흙은 근처 도로확장공사장에 가서 입자가 고른 흙을 공짜로 실어왔다. 흙과 강회를 10:1로 섞은뒤 여기에 짚, 물을 넣어 반죽한 재료로 심사이의 공간을 메운다. 표면을 매끈하게 하는 새벽작업에서는 흙반죽에 끈기를 높이기 위해 마섬유와 풀을 첨가했다.

창문만들기와 구들놓기에도 자연을 생각하는 이씨의 배려가 실렸다. 구들놓을 때는 나무를 때는 전통방식과 함께 고래에 전기히터를 설치, 구들을 데우는 응용식을 함께 설치했다. 벽지는 한지를, 마루와 방의 미닫이문에는 창호지를 붙였다. 한지와 창호지가 습도조절력이나 보온성이 뛰어나고 햇볕과 소리를 차단하는 기능이 뛰어나기도 하지만 자연의 빛과 소리를 집안에 들여놓는 운치도 빠뜨릴 수 없었다.

기둥과 마루에는 나무의 호흡을 막는 니스칠대신 해충의 해와 부식을 막아주는 들기름을 먹였다. 집전체에서 사용된 시멘트라곤 욕실타일정도. 흙집은 통기성이 뛰어나며 여름은 외기보다 3℃이상 낮고 겨울은 5∼7℃ 높을 정도로 항온성도 높은 편. 무엇보다 『이곳으로 이사온뒤 아무리 피곤해도 아침이면 머리가 개운해진다』는 것이 이씨네 가족의 자랑이다.<청원=김동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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