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자구도로 굴러가던 대선정국이 뚜렷한 3각구도를 형성해 가고 있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DJP단일화에 박태준 의원이 가담하는 이른바 「DJT 연대」와 이회창 신한국당총재, 그리고 신한국당을 탈당할 의원들과 이인제 전 경기지사 등이 추진할 반DJP연합이 3각구도이다. 이 3각구도는 대선이후의 정국까지를 염두에 두고 있어 사실상 정계재편의 기본윤곽이라는 측면도 있다.◎DJT 연대/“수평적 정권교체 대세확정” 자신감/“대선후 정계개편” 장기 청사진까지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김대중·김종필 총재에 무소속 박태준 의원이 가세한 「DJT 연합」의 완성으로 이번대선의 대세가 확정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양당은 DJT 공동정권 구상을 통해 대선 이후 정계 재편을 주도, 국정을 원활하게 운영해 나간다는 장기적인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국민회의가 이달초까지 국민통합추진회의(통추) 등 개혁세력과의 연대를 마무리 지을 경우 수평적 정권교체를 위한 대연정은 일단락된다. 호남과 비호남, 개혁과 보수가 연대하는 큰 정치 세력이 형성된다는 것이다.
장성원 국민회의 기조실장은 『DJT연합의 완성은 「흔들리지 않는 40% 지지층」의 단결을 의미한다』면서 『이는 공세와 방어의 측면 모두에서 안정된 당선권을 확보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현재 김대중 총재가 확보하고 있는 35%안팎의 지지도에다 김종필 총재와 박태준 의원 등 대구·경북(TK)세력의 지지층을 더한 40%선의 고정표가 대선 때까지 이탈하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국민회의는 연대 작업이 완성된 이후에는 선거전략을 방어적으로 바꿀 계획이다. 국민회의는 DJT연합이 예상되는 호남 대 비호남의 지역할거구도와 색깔시비 등의 공세에 대해 면역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세대교체론에 대해서도 통추 등 개혁세력의 참여가 어느정도의 방패 역할을 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40%대의 지지가 고착화할 경우 반DJP진영의 결속 여부와 관계없이 안정적으로 당선권에 진입한다는 주장이다.
DJT연합측은 이를 바탕으로 대선이후 안정된 국정추진과 개헌선 확보를 위해 세불리기를 가속화한다는 전략이다. 사실상 단기필마인 박태준 의원에게 일정한 지분을 부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대중 총재는 조만간 국정운영에 관한 기자회견을 갖고 DJT 공동정권의 골자가 권력분점이며 따라서 타정파가 참여할 공간이 얼마든지 남아 있다는 문호개방선언을 할 예정이다. 김총재의 이같은 입장표명은 대선을 통해 박의원을 축으로 TK 및 민정계를 중심으로 한 구여권 세력의 참여를 유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유승우 기자>유승우>
◎이회창 총재/“비주류 빨리 털어내고 전열재정비”/DJ와 양자대결 몰아 역전승 구상
이회창 신한국당총재는 하루라도 빨리 자신과 김대중 국민회의총재, 이인제 전 경기지사의 3자 대결구도가 정착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당내 「반DJP 3인연대론」에 분명한 거부의사를 밝히면서, 비주류에 대해 『어차피 떠날 사람은 빨리 당을 떠나라』라는 식으로 강경 대응하고 있는 것은 이런 맥락이다. 윤원중 총재비서실 부실장은 『3인 연대론은 결국 이전지사를 단일후보로 밀자는 얘기』라며 『이 전지사를 도울 사람들은 이를 더이상 공허한 논리로 포장하지 말고 국민신당에 합류해 우리와 선의의 경쟁을 벌이는 게 순리』라고 말했다.
이총재는 이처럼 대선구도가 명확해져야만 다른 후보와의 확실한 차별화를 통해 대세반전의 전기를 잡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김총재를 「3김 구태정치의 표본」으로, 이 전지사를 「민주주의와 신의를 저버린, 민주계의 대표주자」로 각각 몰아붙이는 동시에 3김정치 청산과 새정치 구현을 위해 정도를 걷는 자신의 이미지를 국민에게 심는다는 복안이다.
이어 종반전에는 자신과 김총재의 맞대결 양상으로 구도를 몰아가 자신을 중심으로 한 반DJP세력의 결집을 시도, 역전승을 이끌어 낸다는 구상을 정리했다. 이 전지사에 대해서는 일단 김영삼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가속화하고 김대통령과 이 전지사의 「연관성」을 적극 제기하는 견제전략으로 이른 시일내에 그를 추월하겠다는 생각이다.
다른 정파와의 연대문제의 경우 이총재의 현실적 선택폭은 김총재나 이 전지사에 비해 좁은 편이다. 조순 민주당총재가 거의 유일한 연대파트너로 거론되고 있다. 이총재측은 3자 대결로 구도가 재편되면 대의명분을 중시하는 조총재로서는 이총재 외에 선택의 여지가 사라지지 않겠느냐는 기대섞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조총재가 이미 반DJP노선을 밝혔고 이 전지사의 경우도 민주계가 그의 주력군을 형성할 가능성이 높아 연대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그 근거다. 이같은 구상의 실현여부를 좌우하는 첫번째 변수는 역시 이총재가 얼마나 조속히 당내 혼돈상황을 정리하느냐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유성식 기자>유성식>
◎반DJP 연합/이인제·민주계·민주당·통추 “4자연대”/각 세력들 입장차 행동통일 여부 변수
대선이 3자구도로 변화하면서 이인제 전 경기지사가 주도하는 국민신당(가칭)과 민주계 등 신한국당 비주류의 연대세력이 대결의 한 축을 형성해가고 있다. 이들은 민주당, 통추 세력과 함께 「반DJP 4자연대」를 구축, 이번 대선에서 역전승을 거둔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4자연대의 성패는 우선 신한국당 비주류 인사들이 행동통일을 할 수 있을지 여부에 달려 있다. 현재 신한국당 비주류는 탈당파, 당내 투쟁파 등 크게 2∼3갈래로 나뉘어져 있다. 일단 김운환 김학원 의원 등 조기 탈당을 추진하는 인사 10여명은 대체로 내달초 국민신당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서석재 의원은 이달말 탈당하더라도 당분간 무소속으로 남아 4자연대 추진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또 신상우 서청원 의원 등 대다수 비주류는 일단 신한국당에 남아 「국민연대」를 구성, 반DJP 후보 단일화를 추진한다는 복안이다. 이들은 대체로 이회창 후보의 용퇴를 주장하면서도 「이인제 대안론」에도 소극적이다. 당내투쟁파 의원들은 대략 40∼50명가량으로 알려져 있는데 내달 초·중순에는 이들도 잔류파와 탈당파로 분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이 탈당할 경우 당밖에서 「국민연대」를 구성, 4자연대를 본격 추진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이밖에 김덕룡 공동선대위원장 등은 신한국당 중심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국민신당은 신한국당 비주류중 3분의 1가량이 신당에 미리 합류하고 나머지 3분의 2가 탈당한 뒤 4자연대에 앞장서는 경우를 최선의 시나리오로 설정하고 있다. 이 전지사는 민주당 조순 총재와 연대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30일 하오 여의도 63빌딩에서 조총재와 회동키로 했다.
그러나 민주당측은 「여권의 대안후보」로 조순 총재가 거명되기를 기대하는 한편 신한국당 이회창 총재와 이 전지사 중 누구와 손잡을 지를 저울질하고 있다. 또 통추의 대다수 인사들도 「DJP연대」를 지지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이같은 각 세력들간의 입장 차이 때문에 4자연대가 어떤 모양새를 갖출지에 대해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김광덕 기자>김광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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