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증시 폭락의 영향으로 국내증시와 외환시장이 준공황상태로 치닫자 정부당국은 물론 시장관계자들이 망연자실하고 말았다.○…이날 환율이 국내 외환시장 사상 처음으로 하루변동폭 상한선인 957원60전에 도달한 것은 하오 2시26분.
기준환율보다 3원20전 높은 939원80전에 첫 거래된 환율은 당국의 강력한 개입설속에 935원10전까지 하락했으나 상오장 마감무렵 주가 500선붕괴와 당국의 개입취소소식이 전해지면서 순식간에 948원50전까지 폭등했다.
하오들어 950원벽을 돌파한 환율은 952원, 953원, 957원을 깨더니 결국 하오 2시26분 제한선에 도달했고 이후 사자주문만 있고 팔자주문이 끊어지면서 거래는 완전중단됐다.
환율이 957원을 돌파하면서 외환당국은 사실상 개입을 포기했다. 이때 한은 당국자는 『입장정리중』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선 당국의 이같은 태도에 대해 『환율이 아예 갈데까지 가도록 둠으로써 투기세력이 스스로 지쳐 안정점을 찾도록 하려는 전략적 선회인것 같다』고 평가했다.
○…환율이 급등하자 각 은행들은 영업장에 게시된 매매기준율을 이날 하루에만 두세차례씩 재고시했다. 이날 한국은행이 책정한 기준고시환율은 936원60전이었으나 외환은행의 경우 1시간도 안된 10시15분에 940.00원으로 재고시한데 이어 다시 11시50분에 947.00원, 또 2시10분에 957.00원으로 각각 매매기준율을 바꿔 고시했다. 상업은행도 기준환율을 상오 한차례 947.00원으로 재고시한데 이어 하오들어 다시 955.00원으로 재고시하는등 대부분 은행들이 2∼3차례 환율을 재고시하는 소동을 빚었다.
○…하오들어 한때 환율이 하루 변동제한폭(2.25%)인 957.60원선까지 올라 거래자체가 이뤄지지 않아 각 금융기관 딜링룸은 오히려 한산한 모습이었다.
환율이 제한폭까지 오르는 등 외환시장이 극도로 혼란한 모습을 보이자 각 은행들은 사내방송을 통해 달러매도시에는 국제금융부 등 담당부서의 승인을 반드시 받도록 하는 등 환율급등에 대비했다. 일부 은행들은 하오 한때 지점들의 외환거래를 아예 중단시키기도 했다.
○…환율이 달러당 950원벽을 돌파하자 외환당국은 『이런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환율폭등을 제어할 대안이 없다』며 사실상 개입을 포기했다. 이날 상오까지만해도 『940원이상은 수용할 수 없다』는게 한은입장이었으나 주가가 500선이하로 추락하자 폭등하는 환율에 한은은 더이상의 개입은 무의미하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외환당국이 이날 『환율폭등에 대한 뚜렷한 대책이 없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지자 외환딜러들은 극도의 우려감을 표시했다.
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당국이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으면 수입결제자금공급과 외화차입이 끊겨 환시장이 공황상태에 이를 것이며 증시폭락을 더욱 부채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업계는 주가가 연일 폭락하자 『증시 예측이 전혀 의미없는 상황에 왔다』며 넋을 잃고 말았다. 이날 주가가 개장초부터 폭락세로 출발, 500선이 붕괴되자 일부 증권사 직원들은 단말기를 아예 꺼버리는 가 하면 고객들의 항의를 피해 자리는 뜨는 직원도 속출했다.
○…전세계 증시의 동반폭락 속에 국내 증시도 종합주가지수 500선까지 무너짐에 따라 재경원은 『이제는 정부가 직접 개입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분위기. 재경원 관계자는 『한은 특융을 통해 주식매입자금을 푸는 것이나 증안기금을 부활하는 것은 정부가 최후 수단으로 사용해야 하며 사용하더라도 시기와 규모 등을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며 『현재 투매현상은 세계 증시 폭락에 따른 불안심리가 주된 원인이기 때문에 외국 증시가 살아나면 국내 증시도 회복될 것』이라고 설명했다.<김동영·김경철·김준형 기자>김동영·김경철·김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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