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운영 막아 시민운동 정체성 상실 우려/세제혜택 등 간접지원이 더 바람직/관변단체 편향적 지원 등 폐해 없애야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정부의 관변단체 예산지원에 대한 시민단체의 반발과 함께 시민단체 지원방안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정부는 94년 초 한국자유총연맹 새마을운동본부 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 등 관변단체에 대한 예산지원을 중단키로 해놓고, 이들에 대한 지원예산을 꾸준히 늘려왔다. 올해 정부는 이들 단체에 110억원의 예산을 배정, 지난해(40억원)보다 3배 가까이 증액했으며 내년 예산에서는 올해보다 63.6% 증액한 180억원을 배정했다.
한국시민단체협의회(상임공동대표 강문규)는 최근 성명을 내고 『정부가 정치적으로 편향된 이들 단체를 위해 예산을 사용함으로써 납세자인 시민의 권리를 훼손하고 우리사회의 민주적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며 정부 예산증액의 철회를 요구했다.
시민단체들은 새마을운동조직육성법, 바르게살기운동조직육성법 등 관변단체 지원 특별법을 폐지하고 모든 민간단체가 정부의 투명하고 공정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에 따르면 각 단체들이 회원들의 회비만으로 운영이 불가능한 현실을 감안할 때 정부의 지원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정부의 지원방식과 형태가 부적절할 경우 시민운동의 정체성을 상실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최근 공명선거실천시민협의회가 정부에 재정 지원을 요청한 사실이 드러난 뒤 참여민주사회시민연대와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시민단체가 공선협 탈퇴와 활동중단 등을 선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본보 28일자 39면).
이 때문에 시민단체들은 정부의 지원을 요구하고 있지만 예산의 직접지원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외국의 경우에도 직접지원 사례는 거의 찾아볼 수 없으며 독일처럼 국회가 독립적인 기금과 위원회를 구성, 민주적 절차를 통해 시민단체를 지원하고 있다. 즉 직접지원을 하더라도 특정 사업이나 사안에 따라 독립적 기금을 통한 지원형태가 바람직하며 특정단체에 대한 경상비 지원 등은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참여연대 김기식 정책실장은 『직접지원은 회원들이 납부하는 회비를 통한 재정적 자립과 자율적인 시민단체 운영을 저해할 가능성도 있다』며 『이 때문에 정부의 지원은 극히 제한된 범위에서 한정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실적으로 가장 바람직한 시민단체 지원방법은 「간접 지원」이다. 시민단체들이 기부금품모집금지법 개정과 세제상의 혜택을 요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행 법률상 세제혜택은 법인에만 적용돼 시민단체가 세제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법인등록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법인이 될 경우 공보처의 감사를 받아야 한다. 따라서 시민단체들은 비용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우편·통신요금 등의 할인혜택이나 정부자료 무료접근권 등을 요구하고 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정부가 시민단체를 지원하려는 의지만 있다면 손쉬운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며 『관변단체에 대한 편파적이고 일방적인 지원을 중단하고 시민운동 활성화에 적극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최윤필 기자>최윤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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