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씨년스런 객장엔 한숨만/“공황사태 우려” 당국성토 목청/21개사 노조 일시휴장 촉구도종합주가지수 500선마저 무너진 28일 증권사 직원들과 고객들은 『어이가 없다』며 붕괴직전의 상황이 도래한게 아니냐는 극도의 우려감을 나타냈다.
이날 서울 여의도, 명동, 강남 테헤란로 등 증권가의 객장에는 고객들의 발길이 뚝 끊겼으며 증권사 직원들의 자리도 빈 곳이 많았다. 객장을 지킨 일부 투자자들은 500선을 회복하지 못하는 주식시세판을 멍하게 지켜보며 한숨만 지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D증권 박모(36) 지점장은 『폭락장세를 왜 예측하지 못했느냐는 고객들의 항의에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다』며 『매일 담보부족과 깡통계좌가 속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객 이모(33)씨는 『주택마련자금 2천만원을 증권사 직원에게 맡겼는데 지금 마이너스 20만원으로 투자자본마저 다 까먹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명동 D증권 객장을 온종일 지킨 한 고객은 주가지수가 500선조차 회복하지 못하자 『「무주식」이 상팔자라더니…』라며 허탈하게 자리를 떴다.
S증권 박모(32) 대리는 『해외증시 동반폭락이라는 외부요인이 강하게 작용했기 때문에 고객들의 집단행동 등 강한 항의는 없다』면서 『지금으로서는 증권사직원이나 고객이나 자포자기 상태』라고 말했다.
증권사 직원들은 『주가폭락으로 월급을 차압당했거나 퇴직금을 중간정산한 동료들이 많다』며 『폭락장세가 이어질 경우 직원중 절반이상은 회사를 떠나야 할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증권가는 투자자들이 매도주문만 내는 투매현상이 빚어지면서 거의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아 직원과 빈껍데기 고객만 남은 개점휴업상태였다. 증권가 주변의 식당에는 투자자들이 2, 3명씩 모여 홧술을 마시며 당국의 실책과 대통령 만들기에만 정신이 빠진 정치인들을 성토했다.
한편 증권사단일노조준비위원회(위원장 김붕락)는 이날 하오 서울 여의도 LG증권노조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증시폭락사태 방지를 위해 증권시장 일시 휴장을 증권거래소측에 촉구했다.
21개 증권사 노조가 참여한 단일노조준비위는 『경제파탄과 정책당국의 위기관리능력 부재로 종합주가지수 500선이 붕괴되는 등 증권 공황사태에 직면한 상황에서 한국은행 특별융자나 증시안정기금의 동원만으로는 위기를 타개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주장했다.<정진황·이동훈 기자>정진황·이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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