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이 마치 난파선처럼 격랑에 휩싸여있다. 이회창 신한국당 총재가 「구시대 부패정치구조의 청산」을 대명제로 내걸고 김영삼 대통령과의 정치적 결별을 선언했기때문이다.여기에는 김대통령도 3김청산의 일부분이라는 점을 분명히 각인시키고 그와의 대결도 불사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함축돼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총재가 이처럼 「홀로서기」의 벼랑끝에 서있는 것은 안팎으로부터의 도전과 그의 정치력 미숙이 어우러진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대선을 불과 50여일 앞두고 여권의 갈등양상이 분당위기로 치닫고 있는 현상황의 1차적 책임은 김대통령에 있다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진단이다.
김대통령은 정권창출을 주도해야하는 여권의 총사령탑이며, 집권여당의 결속을 도모하고 당력을 극대화해야하는 책무를 안고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대통령이 7·21경선에서 『가장 정직하고 도덕성을 갖춘 이회창후보를 진심으로 존경한다…』며 이회창 후보를 극찬했을 당시와 그 이후의 언행을 보면 극명한 이중성을 엿볼 수 있다. 그래서 항간에서는 「김대통령이 이회창 후보 대신 이인제씨를 밀고있다」「김대중 국민회의총재와 이인제씨를 놓고 저울질을 하고있는 것아니냐」는 등의 온갖 설과 의혹이 난무하고 있다. 이같은 혼돈상황은 정치불신을 가중시키고 경제난 심화와 사회불안의 한 요인이 되고있다.
정가에서는 이인제씨의 독자출마강행, 청와대가 이회창 후보의 지지도 제고를 위한 각종 「드라이브」에 사사건건 발목을 잡은 점, 검찰의 김대중 총재 비자금 수사유보결정 등은 김대통령의 「이중, 삼중플레이」의 단면이라는 지적이 적지않다. 이런 맥락에서 당내 비주류 인사들의 행보에도 김대통령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사고있고, 심지어 퇴임이후 「안전판」을 확보한다는 계산아래 정권창출과는 관계없이 민주계 중심의 신당창당을 구상하고 있다는 소문마저 나돌고있는 지경이다.
국민적 신뢰회복과 퇴임이후 올바른 평가를 받기위해서라도 김대통령은 이제라도 정도를 걸어야 하지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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