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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7.10.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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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아마코스트 전 국무차관과 아미티지 전 국방차관보가 포함된 거물급 민간사절단이 열흘전 미얀마를 방문했다. 미국행정부의 미얀마 경제제재에 비판적인 민간단체 「버마·미얀마 포럼」의 대표단 자격이다. ◆이들은 미얀마 군사정권의 실권자인 국가법질서회복위원회(SLORC) 제1서기 킨 늉 장군과 만났는데, 이 자리에는 평시 민간 방문단 활동에는 동석하지 않는 윈더먼 대리대사도 참석했다. 군사정부측은 반정부지도자 아웅산 수지와 대화를 추진하기로 하는 등 인권개선에 꽤 전향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88년 쿠데타 2년 뒤인 90년 SLORC가 실시한 총선에서 수지 여사가 이끄는 민주국민동맹(NLD)은 82%의 압승을 거뒀으나, 군사정부는 이를 깔아뭉개고 7년이 지난 이제까지 정권을 민간에 넘겨주지 않고 있다. 불법 강권통치에 저항하는 민주인사는 가차없이 탄압해 왔다. 미얀마에 대한 미국의 경제제재는 이 때문이다. ◆그러나 SLORC가 못된 일만 한 것은 아니다. 외자를 끌어들여 국토를 개발하고 산업을 일으켜 민생을 가난에서 건져내는데 나름대로 애를 써 왔고 성과도 있었다. 대외개방에 적극적이어서 올해는 아세안에도 가입했다. 경제제재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미국내 여론의 힘은 여기서 연유한다. ◆미국의 속셈은 다른 데도 있다. 인도양으로 빠지는 길목의 안다만해 석유채굴권을 중국이 차지할 경우 러시아 대만 북한 중앙아시아 미얀마 베트남을 연결하는 중국포위망의 한 귀퉁이가 허물어지게 되는 것이다. 우의를 다짐하는 미 중 정상의 축배 뒤편에서는 이런 파워게임이 전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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