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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붕괴 막는 길/한상춘(전문가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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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붕괴 막는 길/한상춘(전문가 진단)

입력
1997.10.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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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적 문제 잇단 돌출 정부책임 물을시간 없어/적극적 정책대응통한 유동성부족사태 대비를23일 홍콩사태를 계기로 시작된 전세계적인 주가 대폭락으로 세계경제는 일대 금융공황이 예견되고 있다. 일부 성급한 예측론자들은 금융위기가 더욱 진전되면서 세계 실물경제에도 영향을 미쳐 30년대와 같은 세계적인 대공황이 발생하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당초 우려 차원에서 제기됐던 금융위기 문제가 현실화하고 있다. 이미 주가가 연초수준에서 거의 절반에 가깝게 떨어졌으며 환율도 외환 역사상 처음으로 거래가 정지될 만큼 폭등했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주식시장에서 자포자기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이같은 전세계적인 금융위기는 90년대 들어 국제금융시장이 근본적으로 변화하는데 그 원인이 있다. 즉 국제간 자금흐름이 단순히 금융수익만을 노리는 핫머니에 의해 주도되면서 투기자금이 경제성장 속도보다 빠르게 증대되어 왔다. 결국 이들 투기자금이 주식을 중심으로 금융자산에 몰리면서 세계적인 자산거품화 현상을 초래했고 이것이 위험수위에 이르자 투자가들이 주식시장에서 자금을 대거 빼내는 과정에서 주가 대폭락사태를 맞고 있는 것이다.

대내적으로는 지난 7월이후 기아사태에 대한 정부의 정책실기로 주식투자심리가 극도로 위축된 상태이다. 이 상황에서 최근 S&P, 무디사 등 국제신용평가기관들이 우리 경제의 대외신뢰도를 일제히 낮게 평가함에 따라 국내증시에 실망한 외국투자자금이 급격히 이탈, 국내주식과 외환시장은 일대 혼란을 겪게됐다. 물론 여기에는 정치적 혼란도 가세했다.

금융위기를 야기시키고 있는 개도국의 적자문제도 더욱 악화할 것 같아 문제이고 외적으로 정치불안정과 북한문제도 심상치 않다. 따라서 우리의 금융위기는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 경우 국내 금융기관과 기업들이 보유한 자산의 처분이 본격화하면서 복합불황을 맞게 될 것이다. 그만큼 경기침체는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 과거 대부분 국가들은 위기 이후에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했다.

그렇다고 이 상황에서 그동안 우리의 경제여건이 페소화위기 당시의 멕시코나 최근 금융위기를 겪고 있는 동남아에 비해 건전하다는 이유로 금융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한 정부에게 책임을 물을 만한 시간적인 여유가 없다. 정부 기업 국민이 모두 나서서 현 금융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그러면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가. 무엇보다 우리 경제내에 확산되고 있는 경제 불안심리를 해소하는 일이 시급하다. 현재처럼 국민이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는데 정부가 괜찮다고 홍보순회를 한다든지, 이번 위기의 단초가 된 기아문제 해결에 특정기업을 염두에 둔 듯한 불투명한 정책운영을 해서는 한계가 있다. 국민도 조금만 침체되면 급격히 위기감을 느끼는 냄비론적 경제사고를 지양해야한다.

둘째, 선제적(pre―emptive)인 정책운용이 중요하다. 물론 여기에는 정확한 현실진단과 경기예측, 신속한 정책대응이 전제돼야 한다. 지금처럼 시장원리 운운하면서 뒷전에 물러난 듯한 정부의 태도로는 곤란하다. 기업도 경영환경이 급변함에 따라 환율 혹은 주요국의 성장수준별로 시나리오 경영을 추진해야 한다. 과거처럼 연초에 예측한 경제변수를 토대로 작성한 사업계획을 1년동안 그대로 가져 가서는 바람직하지 않다.

셋째, 정책수단간의 적절한 조합(policy―mix)이 필요하다. 현재 국내 금융시장은 금융기관의 자금난 확대, 외국자본 이탈, 대기업의 추가부도 가능성으로 유동성 압박이 심화되고 있다. 극단적으로 이 문제가 한꺼번에 터질 경우 최소한 7조5,000억원에서 8조원 정도의 유동성 부족사태가 예상된다. 따라서 단기적으로 어느정도 환율과 금리상승이 불가피하고 정책당국의 통화공급이 필요하다. 물론 이 경우에도 엄청난 휴유증이 예상되므로 금융기관들이 해외차입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정부의 지급보증을 늘리고 외국인들의 관심이 높은 단기국채시장을 개방할 필요가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산업구조조정과 기업퇴출의 활성화 정책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재정긴축 저축증대 인플레억제 경제효율제고 등을 통해 경제체질을 강화하고, 건전한 거시경제정책 운영기조를 유지함으로써 우리경제에 대한 대외신뢰도를 제고하고 국제투기세력들의 공격대상이 되지 말아야 한다. 여기에 정부의 역할과 경제정책의 신뢰성을 확보하고 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해 금융감독을 강화하며 국내의 자본시장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대우경제연구소 국제경제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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