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식 선악구도 할리우드에 충격/‘하드타겟’‘페이스오프’ 등 장르파괴 실험작들 미 시장서 잇따라 히트/“인간관계 혁신적 비전” 찬사90년대들어 할리우드는 홍콩영화의 저력에 충격을 받는다. 60년대부터 무협, 액션, 코미디, 멜로 등 다양한 장르를 앞세워 상업영화의 기틀을 다져온 홍콩은 80년대 말 세계 3위의 영화생산국으로 부상했다. 때맞춰 홍콩영화는 미국시장에서 차이나타운의 한계를 벗어났고 「첩혈쌍웅」 「천녀유혼」 등은 대도시의 예술영화관에서 상영돼 홍콩영화의 기반을 넓히는데 기여했다.
할리우드도 언어장벽 때문에 외면하던 홍콩감독을 불러들여 미국스타와 영어로 된 영화를 만들게 했다.
오우삼은 그런 배경으로 등장한 90년대 할리우드의 스타감독이다. 80년대 홍콩 느와르라는 독특한 장르를 개척한 그는 93년 할리우드 입성 이후「하드 타겟」 「브로큰 애로우」 「페이스 오프」 등을 잇달아 히트시키면서 미국 액션영화의 새 지평을 열었다.
75년부터 홍콩에서 무협, 코미디, 느와르 액션물 등 다양한 장르를 익힌 그의 영화는 장르의 관습을 깨는 실험으로 출발한다. 그는 미국 액션영화들이 적당한 액션과 화려한 특수효과, 선악의 대립이라는 단순한 구도에 머무르고 있다는 약점을 파악했다. 그는 액션의 명쾌함과 느와르의 비장함에 멜로 드라마의 눈물을 결합하는데 목표를 두었다. 여기에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쌍권총, 북경오페라를 연상시키는 안무 등이 보태진 화려한 총격전은 피비린내가 나면서도 숨막히는 영상미학으로 미국인을 사로잡았다. 무엇보다 동양의 정서에 바탕을 둔 선악의 구도가 팬을 매혹했다. 악당과 영웅 사이에 흐르는 묘한 동질감, 선과 악 혹은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주인공을 등장시켜 『인간관계에 대한 혁신적이고 확실한 비전을 가진 예술가』라는 평가를 받았다. 『인간에게는 누구나 선과 악이 공존하며 그런 면에서 누구나 동등하다』는 그의 철학은 영화에 그대로 반영된다.
영웅이 죽음을 맞는 결말로 삶의 허무를 그리던 그가 미국에서는 해피 엔딩에 탐닉하는 변화를 보인다. 그는 할리우드 진출 초기에 미국영웅들은 죽지 않아야 한다는 점에 거부감을 느낀듯 했으나 최근엔 『인생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며 할리우드 시스템에 적응하고 있다.<이윤정 기자>이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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