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터 성냥 등 인화성 물질을 갖고 입산하는 사람에 대한 과태료를 10만원에서 30만원으로 인상한 개정 산림법의 시행은 산불방지를 위한 당국의 고육지책이다. 그러나 방지의지만큼 당국의 계도와 홍보가 뒤따르지 못하고 등산객들의 인식도 달라지지 않으면 별다른 효험을 거둘 수 없다. 주말인 25, 26일 전국에서 크고 작은 산불이 9건이나 발생한 것만 보아도 아직도 이 문제는 시행상의 많은 보완이 따라야 할 일임을 알 수 있다.등산객으로 붐볐던 지난 주말 서울 시내 일부 등산로 입구에 라이터 성냥 보관함이 등장했을 뿐 단속이나 홍보활동은 전혀 눈에 띄지도 않았다. 국립공원관리사무소나 일선 시·군에 개정내용과 세부지침이 통보조차 되지 않은 곳도 많았다고 한다.
산림청은 91년 인화성 물질의 휴대를 금지시킬 때부터 라이터 성냥의 반입 금지조항이 있었고, 이번에는 과태료만 올린 것이기 때문에 특별히 계도의 필요성이 없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과태료 인상조치가 산불방지 효과를 제고하기 위한 것이라면 마땅히 필요한 사전조치가 있었어야 했다. 몇명 되지 않는 직원으로 수만명 등산객들의 주머니를 일일이 뒤질 수도 없고 그럴 권리도 없음을 모를 사람은 없다. 그러나 등산객들의 담뱃불 부주의로 인한 산불이 얼마나 많이 발생하고, 그 피해가 얼마나 심각한가를 잘 설명해 국민의 자발적인 참여의식을 불러 일으키는 노력이 부족했던 것은 인정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산불을 막아 소중한 우리의 자연과 자원을 보호하는 일이다. 산불로 인한 재앙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는 새삼 강조할 것도 없다. 그러므로 폭발적으로 늘어난 등산객들의 인화물 소지를 막는 것은 당연하고도 시의적절한 조치라 할 것이다. 산림청의 통계를 보면 92년부터 5년동안 발생한 전국 410건의 산불 원인 가운데 담뱃불 취사 등 입산자들의 부주의가 46%에 달하는 190건이었다.
문제는 단속이 아니라 시민의식이다. 열 사람이 한 도둑 못막는다는 속담처럼, 입산자 모두가 산불방지 요원이라는 수준높은 의식 없이는 산림보호라는 목적을 이룰 수 없다. 국립공원 곳곳에서 고기 굽는 연기가 자욱하고 쓰레기 악취가 온 산에 진동하던 시대, 버너 휴대 금지와 쓰레기 되가져오기 운동을 벌인 것도 정부당국이었다. 이래서는 안되겠다는 다급한 인식이 시민들 사이에 퍼져 큰 효과를 거둔 좋은 전례이다.
라이터 성냥 휴대금지를 법으로 공포했으면 할 일 다 했지 정부가 더 할 일이 무엇이냐고 한다면 법 개정의 의의는 없다. 산이 푸르고 물이 맑은 환경에서 사는 것이 삶의 질을 가늠하는 새로운 척도가 된 시대에는 자연의 보전이 지상의 가치로 변하고 있다. 정부 뿐 아니라 우리 모두가 노력해야 할 이유가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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