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시원하게 월드컵길을 달려본 적이 없다. 복병 말레이시아에게 발목을 잡혔던 86년 멕시코월드컵, 예선 첫경기서 약체 카타르와 1-1로 비겨 고전했던 90년 이탈리아월드컵, 숙적 일본에게 패하고 이라크의 선전덕에 무임승차했던 94년 미국월드컵.그러나 이번에는 초반 4연승으로 일찌감치 대세를 결정지었다. 온나라가 난리다. 파국일변도의 정치 경제때문에 얼굴에는 주름살이 깊게 패이지만 그나마 축구덕에 웃음을 잃지 않는다고도 한다.
축구협회, 코칭스태프, 선수 모두가 잘한 결과다. 여기에 한가지 덧붙인다면 차범근 사단의 「싱크탱크」다. 협회는 월드컵예선을 대비, 상대방의 전력탐색을 목적으로 하는 대표팀 강화소위원회를 구성했다. 위원은 스포츠과학연구소의 신동성(46) 박사와 김동우(35) 박사, SBS TV 해설위원인 전국가대표 강신우(38)씨, 세종대교수인 이용수(37) 박사, 서울대 강사인 김종환(34) 박사 등 5명. 이가운데 강신우, 이용수, 김종환씨는 서울체중·고와 서울대 동문이며 서울대출신으로는 드물게 국가대표를 거쳤고 프로팀에서도 활약했다.
예선전을 앞두고 이들은 아랍에미리트(UAE), 우즈베키스탄, 일본을 현지 방문, 상대팀의 전력을 심층분석했다. 차범근 감독은 이들의 보고서를 대비책 마련의 기초자료로 활용했다. 차감독이 선수개인기록을 비롯한 각종 자료를 컴퓨터에 수록, 관리한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 여기에 실전과 이론을 겸비한 강화위원들의 정확한 데이터가 합쳐지니 「지피지기」고 「백전백승」은 당연한 결과가 아니겠는가.
강화위원들의 활동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기 까지는 차감독의 열린 마음도 매우 중요했다. 스타플레이어 출신 지도자의 공통점은 독불장군식의 자존심과 고집이다. 이들은 쉽게 다른 사람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러나 차감독은 강화위원들의 분석결과를 경청했고 조언을 받아들였으며 경기후에는 이들의 사전정보가 큰 도움이 됐다는 감사의 말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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