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사랑 철학담긴 동화 9편사람마다 책을 고르는 기준이 다르겠지만 나의 경우는 어른책이든 아이들을 위한 동화책이든 이 작가가 인간에 대한 사랑이 깊은 사람인가 아닌가를 늘 생각한다. 그것을 어떻게 알 수 있느냐고 하겠지만 신기하게 몇쪽만 읽으면 금방 감이 온다. 작가가 유명한지 아닌지, 문장력이 좋은지 어떤지 그런 것은 별로 중요하게 생각되지 않는다. 인간에 대한 사랑이 없는 작가의 글이라면 아무리 재미있어도 끝까지 읽혀지지 않는다.
「향기나는 바람개비」(두산동아 출판)에는 최은섭 선생님의 9편의 동화가 실려있다. 9편이 하나같이 우리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고 사랑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 주지만 그중에서 「흰구름 먹구름」이 참 좋았다.
하늘나라마을에 「먹구름」과 「흰구름」이 살고 있었는데 하느님이 땅나라에 있는 땅 한뙈기씩 떼어주면서 비를 뿌려 땅을 각자 잘 가꾸라고 한다. 너무 척박한 땅이라 흰구름은 가엾게 여겨 조금씩 자기 몸을 떼어 비를 뿌려주지만 먹구름은 처음부터 불평뿐이다. 「좋은 땅도 많은데 왜 형편없는 땅을 주나」하면서. 먹구름은 비를 조금 내려주다보니 금방 자기 몸이 축나는 것같아 슬쩍 다른 구름옆으로 다가가서 남의 살을 자기 몸에 이어붙여 점점 뚱뚱해진다. 한편 흰구름은 나날이 몸이 말라간다. 그렇지만 자신이 뿌린 비를 맞고 땅이 생기있게 변하는 모습에 기쁨을 느낀다. 흰구름의 아름다운 땅을 보고 질투가 난 먹구름은 땅을 기름지게 한다고 한꺼번에 비를 퍼붓는다. 그러나 생물이 자라기는 커녕 쓸려 떠 내려가고 오히려 엉망이 되어버린다. 먹구름자신은 비가 되어 사라지고…. 친구 먹구름의 자취를 찾아 헤매던 흰구름앞에 어느날 낯선 구름이 나타난다. 새 구름은 『내 존재가 없어졌을때 나는 분노하며 미친듯이 땅을 후려쳤지요. 자꾸자꾸 흘러가다가 내 마음도 몸도 물결이 일지않고 잔잔하다고 느꼈을때 나는 바다가 되어 있었지요. 모든 것이 나에게 흘러들어왔어요. 맑은 물, 흐린 물, 똥물까지 모두. 그러나 나는 더이상 아무것도 차별하지 않게 되었고 나는 「나」라는 생각도 놓아버렸지요』 그 바다에서 수증기가 되어 다시 태어난 먹구름의 이야기였던 것이다.
그리고 두 구름은 깨닫는다. 『우리가 원래는 하나라는 것을…』
철학적인 메시지가 담겨있는 동화라 어려울 것 같았는데 초등학교 3학년인 우리아이에게 들려주니 표정까지 아름다와진다. 천천히 음미하면서 자녀들과 행복한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귀한 책이다.<이은애 소아과 전문의>이은애>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