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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원 영상 빛의 마술은 시작됐다/홀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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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원 영상 빛의 마술은 시작됐다/홀로그램

입력
1997.10.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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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만 켜면 허공속에 재현되는 실감영상/예술·의학·산업 등 각분야서 가상현실의 세계가 열린다환상적인 빛의 마술, 홀로그램(Hologram)의 세계가 열린다.

컴퓨터의 3차원 입체영상으로 골프를 배우고 세계 여러곳의 사람들과 마주 앉은 것처럼 대화한다. 3차원 TV를 켜면 금발에 잘 어울리는 붉은 빛깔의 이브닝 드레스를 입은 마릴린 먼로가 살아나서 요염한 자태를 뽐낸다.

그녀가 입고 있는 의상은 요즘 파리 패션쇼에서 선보인 세계적 디자이너의 작품이다. 수천만년전 멸종한 공룡이나 희귀한 유적을 관찰하기 위해 구태여 박물관을 찾을 필요도 없다. 컴퓨터만 켜면 3차원 실감영상으로 보고싶은 것들을 입체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영화 속에서나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이같은 첨단 상황이 홀로그램 기술의 발전으로 머지않아 가능해질 전망이다. 레이저 광선을 이용, 필름이나 사진용 감광판의 하나인 건판 등에 물체의 각 부분에 대한 정보를 빠짐없이 기록, 재생하는 기술을 「홀로그래피」(Holography), 그 필름을 홀로그램이라 한다.

완벽한(Holo) 그림(Gram)이란 뜻의 홀로그램은 1948년 헝가리 태생의 영국 물리학자 데니스 게이보에 의해 탄생했다. 70년대 미국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응용되기 시작, 지금은 초현대적 문화를 제공하는 매체로 각광받으면서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기초기술의 발전으로 컴퓨터, 예술, 의학, 산업기술, 군사 등 각분야에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현재 홀로그램 기술에서 실용화에 근접하고 있는 중요한 분야는 고밀도 광메모리. 음성, 영상 등 모든 신호를 하나의 통합된 통신망으로 전송하는 종합 광대역 디지털정보시스템 등은 수천억 바이트에 이르는 대용량 정보의 저장수단을 필요로 한다.

이 문제의 해결책이 바로 홀로그램 정보 저장법이다. 홀로그래피를 이용한 광메모리는 빛에 의해 굴절률이 달라지는 광굴절 효과를 이용, 정보를 3차원 공간에 저장한다. 또 하나의 레이저 광선을 각도, 위상, 파장 등으로 다중화하여 고밀도로 데이터를 저장, 복원하기 때문에 속도가 매우 빠르고 용량도 크다.

LG전자 멀티미디어연구소 최성우 선임연구원은 『컴퓨터의 하드디스크와 같은 크기의 광메모리에 수백배 이상의 정보를 저장할 수 있다』며 『광 홀로그램 기술은 반도체 기술이 전자산업에 가져온 혁명을 차세대 광정보처리분야에 몰고 올 것』이라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이와함께 대용량의 홀로그램 영상 데이터를 작게 압축하는 기술이 발전하고, 신속하게 전송할 수 있는 통신망이 등장하는 21세기 초면 홀로그램 컴퓨터와 원격회의 시스템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한다. 또한 홀로그램 광메모리를 이용한 유적 등의 입체적 기록과 재생이 가능해져 고미술품 등의 과학적 보존, 복구는 물론 실물전시가 어려운 문화재를 가정에서 손쉽게 감상할 수 있게 된다.

홀로그램이 빛을 굴절시키는 특징을 이용하면 얇은 홀로그램 필름으로 두꺼운 렌즈를 대신할 수 있다. 이미 바코드 리더 등에 사용되고 있다. 액정표시장치(LCD)의 효율을 높이는 데도 효과적이다. 홀로그램 전문업체인 (주)송산(대표 김만석)은 삼성전자 캠코더와 LG전자 가상현실게임기에 부착되는 LCD의 액정효율을 높이는 제품을 개발했다.

최근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스티븐A·벤튼 교수는 홀로그램 기술을 이용한 고화질 3차원 영상 재생기 「홀로그래픽 스테레오그램」을 개발했다. 이 재생기는 환자의 내과적 진단이나 외과수술 등에 사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홀로그램은 허공속에 실제와 똑같은 입체영상을 선명하게 보여주기 때문에 옥외 광고나 각종 전시행사에서도 높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조종사가 눈앞의 홀로그램 계기판과 전방을 한꺼번에 보면서 임무를 수행하는 전투기는 이미 외국에서 실용화했다. 경제성 문제만 해결되면 자동차 분야에도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예술분야의 이용도 활발하다. 홀로그램은 2차원적인 속성, 색과 형태가 시시 각각 변하면서 허공에 떠있는 3차원적인 특징, 관객의 위치에 따라 운동감을 나타내는 4차원의 세계를 고루 보여주기 때문에 예술 소재로 적합하다.

그러나 국내의 홀로그램기술은 아직 걸음마 단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위조방지용 스티커, 장난감 등 단순한 상업적 분야에 부분적으로 응용되고 있을 뿐이다. 홀로그램 스티커는 첨단 컴퓨터 기술로도 복사할 수 없기 때문에 몇년전부터 은행 신용카드 등에 부착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기술과 광정보처리 기술을 결합, 실시간 영상인식 장치를 개발하면 얼굴이나 지문 등 생체패턴 식별이 가능한 고도의 보안시스템도 저렴한 비용으로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최근 어린이들 사이에 열광적인 수집붐을 몰고 왔던 「따조」라는 원형 플라스틱 딱지에도 홀로그램 기술이 적용됐다. 이밖에 홀로그램이 활용될 수 있는 영역은 무한하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손정영 박사는 『무한한 가능성의 홀로그램 입체영상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다』며 『이에 대비하기 위한 학계와 산업계의 투자와 연구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조소과 최병상 교수 등 8명의 작가들은 11월11일부터 9일동안 서울시립미술관에서 「빛의 미래」란 주제로 한국의 홀로그램전을 연다.<박승용 기자 dragon@korealink.co.kr>

◎홀로그램 발달사/1948년 영 게이보 첫 발견/62년 레이저출현후 급속발전

「홀로그램」의 기초 이론은 1948년 헝가리 태생의 영국 물리학자 데니스 게이보가 처음 제안했다. 게이보는 전자 현미경의 해상도를 높이는 작업과정에서 물체의 모든 정보를 기록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다가 홀로그램을 발견했다.

홀로그램연구는 이후 오랫동안 침체를 겪다가 62년 레이저의 출현으로 급속한 발전을 보게됐다. 미국의 E. 레이스와 J. 우파트닉스가 레이저를 이용해 더욱 선명하게 3차원 입체영상을 기록하고 재생하는 방법을 제안했기 때문이었다.

이들과 거의 같은 시기 구소련의 Y. 데니슈크는 반사형 홀로그램의 제작 기술을 개발했다. 물체를 컬러로 재현했으나 형상이 뚜렷하지 못하고 제작이 어려워 거의 상품화하지 못했다.

그러나 69년 미국의 벤튼에 의해 또 하나 획기적인 전환점이 마련됐다.

오늘날 널리 사용하는 무지개 홀로그램을 개발한 것이다. 77년 역시 미국의 크로스가 멀티플렉스 및 스테레오 홀로그램을 창안했다.

80년대에 들어서면서 홀로그램 기술은 물체를 자연색 그대로 재현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면서 빠르게 발전했다. 이에 따라 홀로그램은 3차원 영상 매체로서의 기틀을 확실히 다졌고 상품화도 적극적으로 추진됐다.

국내 홀로그램 기술은 87년 SKC가 신용카드에 모조방지를 위해 부착하는 홀로그램 스티커를 제작한 것이 시초이다. 홀로그램제조업체는 SKC 이외에 홀로그램 귀고리 등 액세서리를 생산하는 한국홀로그램과 (주)송산 등이 있다.<박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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