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로 얼음을 얼린다」 얼토당토 않은 이야기 같지만 음파로 기온을 영하로 떨어뜨리는 시스템이 국내에서 첫 선을 보였다.한국해양대 김동혁(기계냉동자동차공학부) 교수팀은 24일 음파가 전달될 때 공기의 밀도가 바뀌면서 발생하는 온도차이로 냉각하는 음향냉각장치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공기의 밀도가 높은 곳은 기온이 올라가고, 낮은 곳은 차가워지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사무실에서 대화할 때도 공기 밀도에 변화가 생겨, 1만분의 1℃에 불과하지만 공기의 온도가 변화한다. 소리가 클 수록 온도변화 폭도 크다. 가청범위를 벗어난 170∼180㏈(데시벨=소리의 세기)이면 온도를 5℃까지 높이거나 낮출 수 있다. 이때 차가워진 공기에 계속 음파를 발생시키면 영하까지 떨어뜨릴 수 있다.
김교수팀은 90년 초반부터 연구에 착수, 최근 길이 70㎝, 직경 5㎝짜리 관을 400℃까지 가열, 공명현상으로 만들어진 150㏈의 음파로 영하 10℃까지 낮출 수 있는 실험실용 냉각시스템을 제작했다. 이 정도의 냉동성능이면 가정용 에어컨이나 냉장고용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음파는 가청 주파수를 벗어나기 때문에 사람의 귀에는 전혀 들리지 않는다.
김교수는 『이 시스템은 소형제작이 가능하고 급속냉각은 물론 영하50℃까지 떨어뜨릴 수 있으며 소음·진동이 없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또 최근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프레온가스(염화불화탄소)를 사용하지 않아 환경오염 우려도 없다.
김교수팀은 시스템의 효율향상 및 안정화 실험을 마치는대로 자동차 엔진의 폐열로 음파를 만들어 냉방하는 승용차용 에어컨을 제작할 방침이다.<선년규 기자>선년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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