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동 거부하며 “DJ와 야합” 직격탄/“정권 새창출” 현정권과 단절도 선언이회창 신한국당총재가 24일 김영삼 대통령과의 회동을 거부한 것은 그가 이번 대선에서 김대통령과의 관계를 사실상 「적대관계」로 설정했음을 보여준다. 면담에 응할 경우 김대통령의 의도에 말려드는 결과가 나올 뿐 자신이 얻을 수 있는 성과는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구체적으로 김대통령의 탈당까지 요구한 마당에 회동 제의를 받아들이는 것은 「오락가락하는」 모습으로 여론에 투영될 공산이 크고, 이것이 바로 김대통령의 의도라는 결론에 도달했다는 얘기다.
이총재가 이날 당사에서 열린 「정치혁신 지지대회」연설에서 김대통령과 5인 대선후보의 개별회동을 『김대중 국민회의총재 비자금 파문을 호도하기 위한 야합』이라고 강도높게 비난한 것은 이런 맥락이다.
김대통령에 대한 이총재의 이같은 인식은 연설내용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이총재는 『최근 당내 분란행위의 요인이 누구에게 있는지 탓하기 전에 해결을 해야 한다』면서 『이 문제는 김대통령에게 달려있다』고 말했다. 민주계 등 비주류의 「후보흔들기」 움직임이 김대통령의 의중과 무관치 않을 것이란 견해를 표명한 셈이다. 사실 이총재의 측근들은 『김대통령이 물밑에서는 이인제 전 경기지사를 돕고 김대중 총재의 눈치도 살피는 「이중, 삼중 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공공연히 주장해 왔다. 하지만 이총재가 비록 직설적 표현은 쓰지 않았지만 이 문제를 직접 거론한 점은 의미가 전과 다르다.
이 연장선상에서 이총재는 『당이 깨지는 것은 원하지 않지만 분란을 막는데는 나와 이한동 대표의 힘으론 한계가 있다』면서 『김대통령이 이 부분도 맡아서 해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대통령이 비주류의 행동을 진정시켜 주든지, 아니면 『함께 당을 떠나라』는 「최후통첩」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총재는 또 『이번 대선은 김대통령의 재신임을 묻는 선거가 아님을 분명히 해둔다』면서 『우리는 정권을 새로 창출하려 한다』고 역설, 사실상 현정권과의 「단절」을 선언했다. 이로써 김대통령과 이총재는 완전히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이총재의 이같은 「입장정리」는 김대통령과 비주류에 대한 공세강도가 갈수록 고조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김대통령과의 정면대결을 대선전략의 중심축으로 설정한 이총재의 「실력행사」가 본격화하고 있는 셈이다.<유성식 기자>유성식>
◎“이해할 수 없는 일”/청와대 불쾌표정
청와대는 24일 이회창 신한국당총재가 김영삼 대통령과의 회동을 거부한 데 대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청와대의 반응은 불쾌함에서 나아가 냉소적이지만 개의치 않는다는데 무게가 실려 있다. 「김대통령이 김대중 국민회의 총재를 회동의 첫 순서로 택한 것이 적절하지 않았다」고 지적한 일부 관계자들도 이총재의 회동거부가 있자 『이총재가 여론의 흐름을 지켜보면서 결정했어야 했다』고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총재가 25일의 회동제의를 수용했다가 이를 11월1일로 연기했고 실현 불가능한 조건을 내세워 회동을 거부한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청와대의 일부 관계자들은 『이총재가 김대통령의 회동 순서 결정에 대한 여권의 여론이 부정적임을 충분히 활용할 필요가 있었을것』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이총재의 결정이 김대통령의 또다른 반작용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음을 우려했다.<손태규 기자>손태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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