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지평선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지평선

입력
1997.10.24 00:00
0 0

엘리트의식에 빠진 관료들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병폐중의 하나가 독선이다. 이런 경향은 특히 경제관료들에게 심하다. 관치경제의 구습에다 잔존하는 관존민비 의식이 겹치다 보면 「자신의 결정에는 잘못이 있을 수 없다」는 무오류성의 오류를 범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얼마전 주가가 폭락하고 금융공황의 우려가 증폭되자 정부가 허둥대며 각종 대책을 쏟아놓았다. 그동안 우리경제는 걱정 없다며 「시장경제원리」만을 주술처럼 외우던 모습은 간 데 없다. 진작부터 언론에서 사태의 심각성을 지적하고 특단의 대책을 요구하면 『원래 언론이란 그런 것』이라며 오만해 하던 당국자의 모습이 떠오른다. ◆결국 협조융자협약이라는 특단의 비시장경제적 대책을 내놓으면서 당국자의 핑계가 가히 압권이다. 그동안 한계기업은 모두 부도가 났으니 이제는 흑자도산을 막기 위해 기업지원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정부는 부도가 날 한계기업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얘기인가. ◆정부가 정부의 실패를 인정치 않으려는 억지가 너무 심하다. 강경식부총리가 기아자동차의 법정관리를 발표하면서 『법원의 화의 결정을 기다리기엔 우리 경제가 너무 어렵다』고 한 말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1백여일 가까이 기아문제를 방치한 것이 화근이었다. ◆다행히 증시와 금융시장의 위기가 해소되고 있다. 그렇다고 정부가 면책될 수는 없다. 정책 선택의 잘못으로 그간 경제가 어떤 희생을 치렀는지를 따져야 한다. 해태 쌍방울등 중견기업은 물론 수많은 중소기업이 쓰러지거나 위기를 맞았다. 그 피해가 관료 몇명의 독선에서 비롯됐다면 그 책임을 어물쩍 넘길 일이 아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