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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의 인류학­흙의 조형성/양만기전·김창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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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의 인류학­흙의 조형성/양만기전·김창영전

입력
1997.10.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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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만기전­31일까지 갤러리 상·곤충과 식물의 이미지 첨단방식으로 재구성/김창영전­31일까지 박영덕화랑·모래와 모래그림으로 참과 거짓의 결합 표현흙은 생명을 잉태하는 공간이며 생명이 뿌리내리고 사는 터전이다. 흙은 언제나 사람 이야기를 함유하고 있기에 정감이 있다. 흙에 대한 인류학적 접근이 시도되는 양만기씨와 흙의 조형성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을 던지는 젊은 작가 김창영씨의 작품이 눈길을 끈다.

15년째 일본에서 활동하는 「모래작가」 김창영(40)씨의 그림은 눈속임을 통해 우리 일상에 퍼진 참과 거짓의 교묘한 결합을 이야기한다. 물방울작가 김창열씨가 물방울을 그대로 그려넣는 반면 김창영씨는 아교를 섞은 진짜 모래를 바탕으로 깔고, 위에 정교하게 모래를 그려넣는 작업을 하고 있다. 모래그림을 대하는 관객은 모래와 모래그림, 실재와 허상을 구분하느라 무척 애를 써야 한다.

보는 것도 진리가 아니요, 믿는 것도 진리가 아니니 과연 진리는 무엇일까. 「모래장난(Sand Play)」연작이 던지는 메시지는 그만큼 강렬하다. 15점 가량의 평면과 가로·세로 각 45㎝, 높이 190㎝의 아크릴 육각 28개에 모래를 담은 대형설치가 함께 출품됐다. 31일까지 박영덕화랑(02―544―8481).

96년도 미술대전(비구상)대상 수상자인 양만기씨의 대규모 개인전 「다윈의 시간과 생명채집」은 식물도감에서 나온 갖가지 곤충과 식물의 이미지를 에어브러시, 사진전사, 컴퓨터이미지 작업 등 첨단방식으로 재구성한 작품을 선보인다. 작품 속 이미지는 점진적인 종의 변화를, 첨단의 작업방식은 시간의 변화에 따른 기술의 진보를 말한다. 즉 그림 내용과 형식이 똑같이 서서히 진행되는 종의 「진화」를 이야기하고 있다.

그가 진화의 이미지를 나타내기 위해 자주 이용하는 방법은 테라코타, 폴리코트처럼 흙의 느낌이 강한 건축재료를 흙의 단층처럼 대여섯겹 이상 쌓아 올리는 것이다. 그래서 양씨의 작품은 크기에 비해 상당한 무게감이 느껴진다.

흙위에 펼쳐지는 진화의 「이력서」로 메운 전시장. 상당한 물량으로 전시장을 채운 작가의 역량이 느껴지지만 작가가 수년째 진화의 모티프를 동·식물에서만 찾고 있다는 점, 그리고 첨단기법으로 「제작」된 작품에서 지나치게 「기성품」 이미지가 강하게 드러나는 것은 다소 아쉽다. 갤러리 상(02―730―0030)에서 31일까지.<박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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