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바다 내려보며 곤돌라로 산정여행/해발 1,525m까지 리프트 연결/내려서 잠시 걸으면 향적봉 정상/끝없는 산그림자에 경탄 절로구름 위로 솟은 연봉들을 스치며 곤돌라를 타고 산을 오르는 것은 이제 유럽산간에서나 가능한 일만은 아닌 것같다. 덕유산 정상 향적봉도 스키 곤돌라를 타고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1.614m의 향적봉을 오르는 곤돌라는 알프스의 초지같이 드넓은 슬로프 광장을 떠나 산기슭에 이르고 오색단풍이 절정을 이룬 관목숲을 뚫고 계속 고도를 높혀간다. 어느새 이미 낙엽이 져 갈색을 이루고 있는 갈참나무들숲과 주목이 군락을 이룬 1,500m가 넘는 산정에 성큼 선다.
전라 경상 충청 3도의 도계를 이루며 내륙 깊숙히 들어앉은 덕유산은 한국의 다섯 손가락안에 드는 큰 산이다. 중부 이남과 영호남 어디서나 쉽게 이어져 사계절 사람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워낙 크고 넓게 퍼져있는 산세가 오르는 길을 길게 늘여놓아 정작 정상을 밟아보기란 여간해 쉽지 않다.
그런데 작년 동계 유니버시아드 대회를 계기로 스키장을 확장하면서 향적봉 바로 아래까지 리프트를 연장해 놓았다. 해발 1,525m에 달하는 리프트 정상에는 넓은 광장과 휴게소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고 능선을 따라 15∼20 분쯤 걸으면 향적봉을 밟을 수 있다.
광장에서 슬로프 정상까지 2,671m를 직선으로 오르는 리프트는 8인승 곤돌라 50개가 매달려 줄을 설 필요도 없이 13분이면 올라간다. 휴게소가 들어선 자리는 유명한 덕유산 주목군락이었던 곳으로 지금도 주변에는 남아있는 주목들 사이로 내려다보이는 갈색 능선들이 파란 가을하늘 아래 장관을 이룬다. 1년중 지금이 하늘도 어느때 보다 맑고 정상의 기온도 가장 알맞다.
전망대에서 향적봉으로 오르는 길은 평탄한 길이어서 별 어려움없이 정상에 닿을 수 있다. 향적봉은 모든 정상이 그렇듯 평평하게 너른 공간과 사방으로 열린 시야가 우선 경탄을 자아낸다. 특히 산의 동남쪽으로 이어지는 산그림자가 맑은 가을 하늘 아래 끝간데 없이 이어지며 수십겹씩 겹쳐 환상적인 광경을 만들어낸다. 어쩌다 낮은 구름이라도 끼면 운해를 이루기도 해 또한번 감탄을 자아낸다.
정상 부근은 이미 잎이 다 진 상태여서 키작은 갈참나무숲은 회색 바탕에 가지들만이 햇볕에 반짝여 마치 갈색 머리의 은발을 연상케 한다. 이미 가을을 넘어선 느낌이다. 그러나 백련사쪽으로 내려다 보이는 산 중턱의 계곡은 지금이 한참 단풍의 절정으로 불타는 모습을 하고 있다.
향적봉의 환상적인 경관만을 감상하고 내려가려면 곤돌라표를 왕복으로 끊고, 등산을 하려면 편도표를 끊고 올라가 백련사와 구천동을 차례로 거쳐 삼공리관광단지로 내려간다. 그러나 정상에서 구천동까지는 내리막길이긴 해도 걸어서 2, 3시간 잡는 먼 길이어서 일반 가족 나들이길로는 힘겹다. 기왕 나선 길, 산행은 생략하더라도 무주구천동 관광단지에서 백련사로 이어지는 구천동 계곡의 단풍은 지금이 절정을 넘어서는 시기여서 들려볼만 하다.
◎먹을거리/표고국밥·산채된장백반 별미
무주구천동 상가단지내 식당가에는 계곡에서 직접 키운 송어회를 비롯해 각종 토속음식점이 즐비하다. 초입의 한국회관(0657―322―3162)의 경우 덕유산 특산품인 표고국밥과 전라도식 산채된장백반에는 10여가지 찬이 오른다. 더덕구이와 파전, 애호박부침 등이 입맛을 돋군다.
◎가는 길/경부고속도로 옥천 IC서 이원∼황산거쳐 무주로
서울에서는 경부고속도 옥천IC에서 이원과 황산을 거쳐(501번 도로) 무주읍에서 새로난 길을 타는 것이 무난하다. 영남에서는 영동IC에서 무주로 가거나 거창에서 신풍령을 넘는다. 호남은 전주에서 진안을 거쳐 무주로 연결되는 새길이 좋다. 기차로 영동역이나 전주역에 내려 무주구천동행 버스를 타도 된다.
숙박은 리조트내 국민호텔(400실규모)이 아직은 비수기여서 언제나 예약(02―597―5500)이 가능하고 장급여관도 예약(0657―322―3089, 새마을장)이 무난하다. 숙박을 구천동에 정하면 구천동―리조트간 셔틀버스가 상오 8시와 8시30분, 그리고 매 1시간 간격으로 이어져 이를 이용해도 된다.
곤돌라 요금은 대인편도 7,000원. 왕복은 1만원이다.(0657―322―9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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