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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병의 근원’ 해결 초강수/기아그룹 법정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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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병의 근원’ 해결 초강수/기아그룹 법정관리

입력
1997.10.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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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재계 대환영… 주가·환율·금리 등 호전/정부 늑장대응·기아경영진 버티기 비난 마땅정부가 22일 기아사태의 해법으로 법정관리를 최종선택한 것은 기아사태를 조기해결하기 위한 초강수라고 할 수 있다. 기아그룹에 대한 법정관리 신청은 상식적인 해결방식임에도 불구, 현실적으로는 12월 대통령선거, 기아그룹의 반발, 특정재벌과 관련된 음모설, 형평성 시비, 대통령후보들의 잇단 화의방안제시 등으로 선뜻 실행에 옮기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또한 기아사태의 해결은 채권금융단과 기아가 협의해 결정할 문제이며 정부가 개별기업의 문제에 개입할 수 없다는 강경식 경제부총리의 일관된 지론을 정부 스스로 뒤짚는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기아사태의 장기화로 제일은행과 종금사에 대한 한은특융, 주식시장 부양책 등을 각종 응급처방을 내놓았음에도 주가폭락과 환율급등, 대기업 연쇄부도 등 금융 및 실물시장의 불안이 가중됐다. 결국 기아사태라는 「만병의 근원」을 치료하지 않고는 백약이 무효라는 점을 뒤늦게 실감한 것이다.

정부의 이날 결정이 경제현장으로부터 대환영을 받은 것도 이 때문이다. 부양책에도 폭락을 거듭하던 주가가 폭등으로 자율적으로 반전했으며 수직상승을 하던 환율도 내림세로 돌아섰고 금리도 하락했다. 재계 역시 환영했다.

정부대책은 기아와 아시아자동차에 대한 법정관리신청을 법원에서 받아들여질지 여부를 결정하는데 적어도 6개월이 걸린다는 점에서 당장 실익이 되는 내용은 아니지만 그동안 한국경제를 짓눌러왔던 극도의 불확실성과 불안감을 덜어줄 것으로 기대되어 큰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정부와 기아는 기아사태 발생(7월15일)이후 100일동안이나 소모전을 벌이며 한국경제에 많은 상흔을 남겼다. 우선 정부는 부도유예협약은 물론 최후통첩이후에도 채권단에 「악역」을 떠넘긴채 사실상 수수방관하는 등 「늑장출동」을 했다. 특히 정부가 기아사태초기부터 유력한 해결방안으로 떠올랐던 출자전환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규정에 어긋나는 「무식한」주장이라고 일축을 하다 결국에는 이를 핵심대안으로 채택하는 등 스스로 신뢰성에 먹칠을 하기도 했다. 기아 역시 경영인은 경영의 실패에 대해 책임을 져야한다는 기본적인 경제윤리를 무시한채 「장외대결」을 벌였다.

이날 발표의 핵심은 기아자동차와 아시아자동차에 대해 법정관리를 신청하되 기아자동차는 법정관리하에서 산업은행 대출금을 출자로 전환, 경영이 정상화할 때까지 공기업으로 운영하고 아시아자동차는 제3자 매각을 바로 추진키로 한 것이다. 기아자동차를 공기업화하기로 한 것은 그동안 기아자동차에 대한 제3자인수 의혹을 줄이기 위해서다. 그러나 공기업형태의 자동차회사는 어색한데다 공기업의 민영화는 세계적인 추세인만큼 결국 차기정권에서 제3자 인수가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여진은 남아있다. 기아노조가 총파업을 결의하는 등 반발이 거셀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부가 김선홍 회장과 박제혁 기아자동차사장 등 핵심 경영진은 교체하되 회사 내부인사를 재산보전관리인으로 선임하기로 하는 등 「배려」를 하고는 있지만 기아측은 법정관리가 기아자동차를 삼성자동차로 넘기기 위한 음모라고 믿고 있다.<김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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