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당선 가능성 희박하지만…/군소후보도 할 말 있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당선 가능성 희박하지만…/군소후보도 할 말 있다

입력
1997.10.22 00:00
0 0

◎정치권에 대한 항변인가 집단의 이익대변인가 아니면 자기과시인가/재야인사·변호사·종교인 등 대선 출사표 던진 5명의 후보/유권자의 눈에는 엉뚱하게 보이기도 하지만 그들에게도 명분과 소신은 있다기존 정치권에 대한 항변인가, 아니면 집단의 이익대변인가? 그것도 아니면 자기과시인가?

12월18일 치러질 15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뛰는 사람은 「메이저 후보」뿐 만이 아니다. 이름마저 낯선 「마이너 후보」들도 적지 않다. 단지 보이지 않고 일반 대중에 알려져 있지 않을 뿐이다. 지지율 1% 남짓, 또는 그 이하로 당선권과 거리가 먼 것으로 보이는 이들 「군소후보」는 그러나 나름대로 할 말은 많다. 기존 정치판에 독설을 아끼지 않는다. 「계란으로 바위치는 격」이라는 여론과는 상관없이 자신의 당선가능성을 호언하기도 한다.

현재 출마의사를 밝힌 예비 후보는 재야세력의 지지를 등에 업은 권영길 국민승리 21 후보를 비롯해 대선 「재수생」인 신정일 통일한국당 총재와 이병호 민주국민연합 총재, 바른나라 정치연합을 결성해 후보로 나선 김한식 한사랑선교회 목사와 『신의 계시를 받았다』는 역술인 최전권씨 등 5명. 이밖에 한때 정치권에 몸담았던 좌두행씨와 허경영씨도 거론된다.

이들에게도 정치적 명분과 소신은 분명히 있다. 권후보는 노동자의 정치참여와 진보세력의 결집을 꾀한다는 선명한 목표를 갖고 있다. 여타 후보들도 기존 정치인들에 의해 총체적 위기를 맞고 있는 우리나라의 장래를 또다시 제도권 정치인들에 맡길 수 없다는 「책임론」을 들고 나오고 있다.

한 후보는 『될듯하면 출마하고 안될듯하면 다른 후보와 손잡든가 사퇴하는 행위는 기회주의자다. 원칙도 지키지 못하며 당선에만 급급하는 사람들이 무슨 대권후보자인가』라고 기존 대선주자들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러나 이들의 출마를 보는 일반의 시각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른바 「군소후보」의 출마동기에 대해 ▲소속 집단의 이익대변과 세력과시 ▲자신의 입지나 영역확장 ▲자신의 주장을 개진하기 위한 「영웅주의」의 발로라고 「폄하」했다.

서울대 심리학과 모 교수는 『이들이라고 제도권 대선주자와 다를 것이 없다. 현재의 위치에 만족하지 못하고 보다 더 큰 명예와 이익을 좇는 권력지향적인 사람들』이라며 전형적인 정치인의 심리현상으로 규정했다. 또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한 교수는 『돈으로 야심에 접근하려는 유치한 허영심이거나, 목적이 애초부터 다른 곳에 있는 불순한 행위』라고 혹평했다.

그러나 출마의도와는 상관없이 이들을 단순한 대선전의 「들러리」로만 몰아붙이는 행태도 지양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자영업을 하는 최모(42·서울 은평구 불광동)씨는 『민주국가에서는 군소후보들도 의견을 자유롭게 내놓고 평가받을 권리가 있다. 오히려 당선가능성이 없다고 이들의 의견이 공론에 붙여지지 않는다든가 몽상가쯤으로 여기는 발상이 더 비민주적인 행태다. 이들의 주장에는 기존 정치인들에게서 찾을 수 없는 참신한 점들도 있다』고 말했다. 또 환경단체나 여성계 등에서도 후보를 배출, 선거운동을 통해 권익을 주장하는 것도 정치사회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선거법상 후보자는 정당설립요건을 갖춘 소속 정당이나 준정당단체에서 대통령 후보로 추대되거나, 5개 시도에서 유권자 2,500명 이상 5,000명 이하의 추천장을 제출한 사람이 국가가 정하는 공탁금(14대 대선 3억원)만 내면 대통령후보 등록이 가능하다. 이번 대선의 공탁금은 결정되지 않았으나 5억원 정도가 될 전망이다.

적법절차를 거친 후보들은 선거법상 동등한 자격을 부여받게 돼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각종 언론매체 등이 주관하는 후보 토론회에서 군소후보들은 한결같이 제외됐다.

군소후보들은 『기존 정치판에 몸담았던 사람만이 주목받는 사회에서는 새정치를 해보려는 사람들이 일어설 수가 없다』며 『현재 10%의 지지도 못얻는 유명후보들도 있다. 그러나 이들을 군소후보라고 부르지는 않는다』고 항변했다. 이들은 어떤 평가를 받아야 하는가? 그것은 유권자만이 할 일이다.<염영남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