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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 후보들 만큼 ‘바쁘다’/군소후보의 24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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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 후보들 만큼 ‘바쁘다’/군소후보의 24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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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10.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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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관심밖에 머물고 있지만 작은 규모나마 대선캠프 가동/지구당 정비·전당대회 등 표밭갈이에 동분서주언론매체의 각광을 받고 있는 메이저 후보들에 비하면 작은 규모지만 군소후보들의 대선캠프도 비상체제에 들어 가 있다. 눈길을 끌지는 못했지만 대선 출마를 선언한 후 나름대로 지지세력을 모으고, 지방 표밭을 다지느라 바쁘긴 매 한가지다.

재야단체가 연합한 「국민승리 21」의 대선 후보인 민주노동자총연맹 권영길 위원장. 지난 15일 그의 하루 일정. 대우자동차 부평공장 조합원 2,000여명과의 만남, 병원노련 대의원대회 강연회, 인천방송 개국축하 방문 등으로 눈코 뜰 새 없었다. 이튿날에도 충북 지역으로 차를 몰아 민주화학노조연맹 대의원대회 연설, 청주대 초청강연, 청주시장 면담 등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를 앞둔 빡빡한 일정을 보냈다.

서울 마포에 꾸린 대선본부 조직원만 50여명. 전국연합과 민주노총 조직원을 중심으로 시·군·구 단위까지 짜여진 지방조직도 만만찮다. 운영위원 명단에는 전국연합 이창복·천영세 의장, 한겨레신문 김금수 논설위원, 서울대 김진균 교수 등 알려진 인사들이 들어 있다. 양시모 부대변인은 『지금은 민주노총과 전국연합 등 기존 지방조직을 순회하며 조직 가동을 점검하고 있다』며 『언론의 관심에서 멀어져 있는 현실 때문에 전시 효과가 있는 이벤트보다는 집단 면담과 직접 홍보 위주의 선거 전략을 짜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국민연합 이병호 후보도 8월 중앙당 창당 이래로 전국을 돌며 당원을 규합하느라 바쁘다. 16일 군산, 17일 원주, 20, 21일 대구 지구당 창당대회에 얼굴을 내밀었다. 지구당은 현재 60여개로 늘어난 상태. 합법적인 선거운동기간이 시작되지 않았으므로 당원들을 만나고, 정책심의위원들과 모임을 갖는 데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이씨가 89년부터 이끌어온 도덕성회복국민운동본부 조직도 선거에 최대한 활용할 계획이다.

이씨 선거대책위원회 측은 『합법적인 선거운동기간에 법을 지키는 선거운동을 벌여 진정한 도덕정치를 구현할 수 있는 지도자상을 보여줄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통일한국당에서 추대된 신정일 후보는 『선거 캠프는 따로 마련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밝혔지만, 대선을 앞두고 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10일 전당대회에서 대통령 후보로 정식 선출된 이후 184개 지구당을 순회하는 한편 지구당 확대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바른나라정치연합이 추대한 김한식 후보는 14일 창당대회를 가져 다른 후보들보다 출발이 다소 늦었다. 경기 분당신도시 한사랑교회 목사인 김씨는 교인들과 학연을 동원해 60여명으로 캠프를 꾸린 상태. 본격적인 대선운동기간이 시작되기 전에 현재 27개인 지구당을 대폭 늘려 조직력을 키울 계획으로 뛰고 있다. 김씨는 『대학생 등 청년층과 기독교인을 양축으로 득표전략을 짜고 있다』고 말했다.

독자출마를 선언한 역술인 최전권씨만은 다소 예외. 최씨는 다른 군소후보들이 발걸음을 빨리 하는 것과는 달리 서울 양재동 자신이 운영하는 철학원에서 상담 고객들을 만나는 것으로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별도의 선거캠프나 조직원도 없다. 최씨는 『어려서부터 점을 봐준 사람만도 어림잡아 200만명에 달한다』며 『매일 점을 보러 오는 수십명의 고객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지지 세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김경화 기자>

◎정치 선진국에도 ‘그들만의 리그’/“남부독립” 미 윌리스 68년 900만표 득표/불 여성 라귀에르 4차례 단골출마/0.5% 득표 고르비 남은 명예 까먹기도

정치 선진국이라고 해서 군소후보가 없는 게 아니다. 결국 「그들만의 리그」로 끝나게 마련인 선거전에서 이들은 때로 기존 정치권에 신선한 자극을 주기도 하고 유권자에게는 선거의 재미를 보태주기도 한다.

19세기 이래 민주·공화 양당 체제가 고착화한 미국의 군소 정당·후보의 역사는 뿌리가 깊다. 1882년 중서부지역 농민의 이해를 대변하기 위해 결성된 인민당은 1886년 대선을 계기로 민주당에 흡수됐다. 68년 남부독립을 주장하고 나선 미국독립당 조지 윌리스 후보는 900만여표를 얻으며 선전했지만 그 이상 세를 불리는 데는 실패했다. 그 이후 미국독립당은 남부지방을 근거지로 삼아 군소정당으로서의 명맥만을 잇고 있다.

최근 그나마 눈길을 끈 군소후보로는 지난해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던 소비자보호운동가 출신의 랠프 네이더가 꼽힌다. 그는 8만 3,000여명의 당원을 가진녹색당 후보였다. 선거자금으로 5,000달러밖에 쓰지 않는 등 기존 정치권과는 차별적인 선거운동을 펼쳤으나 예상대로 대량득표를 할 수는 없었다.

그를 빼고도 자유당의 해리 브라운을 비롯한 4명의 군소후보가 민주당의 빌 클린턴 후보와 공화당의 밥 돌 후보 사이에서 외로운 득표전을 폈다.

프랑스에서는 노동자 출신의 아를레트 라귀에르가 유명하다. 54세의 이 중년 여성 타이피스트는 당원 2,000명의 「노동자투쟁」 당원으로서 30세에 첫출마 이후 95년 대통령 선거까지 4회 출마기록을 세운 단골 후보. 「선거를 통한 사회주의 혁명 달성」을 기치로 내건 그는 다른 군소후보와는 달리 유명 일간지인 「르 피가로」에게서 『자신의 처지를 깨닫고 타자나 잘 치라』는 분에 넘치는(?) 조명을 받기도 했다.

대통령에서 군소후보로 전락한 비참한 신세를 겪은 비운의 정치인도 있다. 한때는 「냉전을 종식시킨 세계사적 거인」이라는 평가를 듣기도 했던 미하일 고르바초프 구 소련 대통령.

지난해 러시아 대통령 선거에서 그는 명예회복을 외치며 출사표를 던졌으나 득표율은 고작 0.5%. 그의 출마는 그나마 마지막 남은 명예마저 송두리채 까먹은 평생의 악수가 되고 말았다.

물론 대선은 총선보다 많은 군소후보를 내지는 못한다. 총선에서는 포르노의 자유나 동성연애자의 권리 등을 내세운 사람 등 소수집단의 이익을 대변하거나 신장시키려는 후보들이 외국에서는 적지 않다. 특히 서유럽 등에서 환경보호를 기치로 한 녹색당 후보들은 아직 정치권의 큰 축을 이루지는 못하지만 나름의 영향력과 득표율을 자랑하며 성장하고 있다.<황동일 기자>

◎“선전… 당선…” 나름대로 자신만만/권영길씨 “순위관계없이 지지세 확인 만족”/역술인 최전권씨 “5위 계시” 현실적 진단

선거사를 되돌아 보면 당초 예상과는 다른 결과가 나온 예가 종종 있었다. 어떤 후보라도 실낱같은 기대를 걸게 되며 이변이 자신에게 일어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대선에 도전장을 낸 군소후보들도 나름대로의 분석을 통해 「당선」 또는 「선전」을 호언하고 있다.

13대 때 출마경험이 있는 통일한국당 신정일 후보는 『누가 당선될 것 같은가』라는 질문에 『공당 대표에게 그런 질문은 실례다. 내가 될 수도 있다』고 답했다. 그는 『지난 13대 대선 때는 노태우 후보와 출신지역이 겹치는 바람에 사퇴압력 등 선거전략에 많은 차질을 빚었다』며 『이번 선거에는 국민이 변화와 혁신을 바라고 있고 그런 의식이 표심으로 연결되면 1위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사랑의 정치」를 부르짖으며 바른나라 정치연합의 대통령 후보로 추대된 김한식 한사랑선교회 목사. 그는 『선거전략대로 유권자들의 표심을 움직일 수 있다면 1,200만 득표로 당선될 것』이라고 장담한 뒤 『부동표가 많은 젊은 층과 기독교인을 중심으로 득표 전략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대선재수생인 민주국민연합 이병호 후보는 이에 비해서는 「조심스런」 입장이다. 그는 『평가는 국민이 내리는 것이며 개표 때까지 예상순위를 따질 수 없는 문제다. 누가 당선되리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라고 잘라 말했다.

또 『14대 때에는 언론의 편파적 보도로 표를 모을 수가 없었고 이번 대선도 마찬가지다. 후보초청토론회 등 언론이 앞장서서 일부 특정 후보들의 선거운동을 도와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공정하게 경쟁한다면 후보의 인성이나 경력 등을 감안할 때 당연히 내가 당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역술인 최전권씨는 처음부터 『나는 5위에 그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는 『138만표를 획득해 5위에 그친다는 신의 계시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재야세력의 지지를 바탕으로 출마한 권영길 국민승리21 후보는 자신의 예상성적에 대해 『순위와 관계없이 지지세력은 만족스런 수준』이라고 답했다. 그는 『언론조사에서는 지지도가 1% 내외였지만 내부 여론조사 결과 3%대의 지지도가 나왔다. 또 젊은 층과 진보세력이 많은 수도권과 고향인 경남지역에서는 자민련 김종필 총재보다 앞서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대선전이 본격적인 정책대결로 전환되면 10%대의 지지율로 최소한 200만표의 득표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염영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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