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5개의 표제어·438개의 속담·풍속·제도…/자료조사만 4년여… 750쪽의 방대한 분량/‘한국문학의 저력’ 과시작가 박경리(71)씨의 대하소설 「토지」에 실린 어휘와 속담, 풍속과 제도, 인물과 사건 등을 모두 망라해 풀이한 「토지 사전」(솔 발행)이 발간됐다.
단일한 문학작품에 대한 사전이 출간된 것은 국내에서 처음이다. 세계문학에서도 프랑스의 발자크나 플로베르, 독일의 괴테나 쉴러 등의 작품에 대한 사전작업이 이루어지고는 있지만 이번 「토지 사전」은 한국문학의 저력을 보여준다는 면에서도 뜻깊다.
문학평론가 임우기(솔 출판사 대표)·정호웅(홍익대 교수)씨가 책임편집 및 감수를 맡고 9명의 젊은 국문학 전공자와 문인들이 4년여 자료조사와 집필에 참여한 「토지 사전」은 750여쪽의 방대한 분량. 우선 「토지」에 나오는 방언을 비롯한 2,515개의 풍부한 어휘를 표제어로 해 예문과 함께 일일이 원전에서의 출처를 밝혔다. 얼핏 들쳐보아도 「매구(둔갑한 늙은 여우)」 「새견(철, 소견)」 「해우채(화대)」 등 요즘 일상에서는 흔히 쓰이지 않는 방언과 고유어, 토속어들이 무수히 등장한다.
「난부자 든거지」 「붕어가 물먹듯이」 등 우리말의 풍요로움을 보여주는 속담도 438개가 실려 있고, 소설 속에 나타난 풍속과 제도 179가지도 자세한 해설을 붙였다. 700여명의 등장인물 중 소설을 이끌어가는 주요 인물 104명의 일대기도 요약했고, 130여 개의 국내외 역사적 사건(운동, 조약, 회의, 문학) 등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참고문헌 및 역사연표도 붙여놓아 그 자체가 하나의 훌륭한 우리 근대사 자료의 역할을 한다.
「토지」는 작가 박씨가 69년부터 집필을 시작, 26년만인 94년 8월 모두 16권 분량으로 완성한 대하소설. 19세기 중반 이후 100여년간의 한국 근·현대사를 형상화한 우리 현대문학의 백미이다. 박씨는 올해 연세대 용재석좌교수로 임명됐으며 지난 광복절에는 강원 원주시 흥업면 매지리에 「토지문화관」이 기공됐다.<하종오 기자>하종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