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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는 사회의 거울/박갑수 서울대 교수·국어학(아침을 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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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는 사회의 거울/박갑수 서울대 교수·국어학(아침을 열며)

입력
1997.10.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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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급입법을 주장했잖아』『XX, 조용히 해』

『야, ○○○ 네가 총무냐? 내가 네 XX냐? 사과해』

대검찰청의 국감장에서 오고 간 말이라고 한다. 선량들의 말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거친, 시정의 불량배들의 말싸움 같은 대화이다. 우리 주변에는 이런 말의 폭력이 난무한다.

언어는 사회를 반영한다. 안정된 사회에서는 이런 거친 말이 사용되지 않는다. 점잖은 말, 품위있는 말, 직설적이 아닌 완곡한 말이 사용된다. 이에 대해 거칠고 살벌한 사회에는 직설적인 막말, 폭언, 욕설이 난무한다. 그러나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말이 사회를 순화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말이란 큰소리 치고 폭언을 퍼부을 때만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통탕거리고 수선을 떠는 아이에게 「우리 아기 착하지」라고 부드러운 말로 달래기도 한다. 그러면 거친 말로 나무라고 야단을 치는 것보다 효과를 거두는 경우가 많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욕설을 하고 폭언을 퍼부어야 할 때도 있다. 이러한 욕설이나 폭언은 파괴의 안전판 구실을 한다. 부부가 싸움을 할 때 주고받는 몇마디의 욕설과 폭언이 때로는 밥상을 뒤집어 엎고 상대방을 구타하는 불상사를 막아준다. 이런 의미에서 폭언과 욕설도 때로는 필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언어의 폭력이 난무하는 사회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그렇게 되면 그 사회는 「개판」이 될 것이다.

언어의 폭력은 여러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첫째, 매도하는 말을 사용하는 것이다. 이런 폭력은 요사이 정치권에서 많이 나타나고 있다. 매도는 공정성을 잃고 편파적이기 쉽다.

둘째는 폭언을 하는 것이다. 「…죽이기」 「찬밥신세-기아」와 같은 것이 그 예이다. 이러한 극단적인 표현은 그 명명에 의해 엄청난 감화성을 드러낸다.

셋째는 반말과 욕설을 사용하는 것이다. 서두에 인용한 국감장의 대화는 이러한 반말·욕설의 예이다. 이는 인용문에서도 드러나듯 인격적 모독을 가하는 언어의 폭력이다. 이러한 언어폭력은 정치판이 아닌 우리의 생활주변에서도 곧잘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언제 봤다고 반말이냐?』 『누구보고 욕설이냐?』로 시작되는 싸움이 그것이다. 거부감을 줄 반말이나 욕설은 우리의 언어생활에서 가능한 한 배제해야 한다. 그럼에도 이는 우리 언어생활에 횡행하고 있다. 그것은 큰 소리를 쳐야 이긴다는 그릇된 사회적인 인식과 친밀을 빙자한 비속화로 말미암은 것이다. 교통사고가 나면 서로 우선 큰 소리부터 치고 보는 세태는 전자의 예요, 젊은 층이 상소리와 욕설로 말을 주고 받는 것은 후자의 예가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사회나, 심성의 순화를 기대할 수 없다.

넷째는 비속어를 사용하는 것이다. 자기의 면상이 「얼굴」이나 「안면」이 아닌 「낯짝」이나 「상판대기」라는 말로 표현되었을 때 기분이 유쾌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 주변에는 이러한 비속어가 많이 쓰이고 있다. 특히 젊은이들의 입에 밴 욕설과 비속어의 사용은 사회문제가 되어야 한다. 이 밖에 또 하나의 언어폭력은 군사용어를 사용하는 것이다. 이 군사용어가 우리의 언어사회에서는 정치, 스포츠, 일반 사회에서 남용되고 있다. 특히 스포츠 기사에서는 홍수를 이루고 있다.

「사령탑, 고공포, 전쟁, 추격전, 출격, 격파…」

이런 군사용어의 남용은 우리의 오랜 군사정권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이러한 군사용어의 사용에 둔감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용어 사용은 사회·심리면에서 심각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할 것이다.

언어는 사회를 반영하고 사용하는 말은 사용자의 인격을 반영한다. 우리는 건전한 민주시민, 바람직한 교양인으로 성장해야 하겠고, 또 그러한 사람으로 이 사회를 영위해 나가야 하겠다. 따라서 바람직하지 못한 언어의 폭력으로 이 사회를 어지럽히고 인성을 그르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그리고 우리는 언어가 우리의 사상과 감정을 전달하는 수단일 뿐 아니라, 사고와 행동을 규제한다는 것도 의식해야 하겠다. 그렇게 되면 언어의 폭력적 사용은 자연히 자제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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