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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천하는 「문화비전」을(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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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천하는 「문화비전」을(사설)

입력
1997.10.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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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발표된 「문화비전 2000 보고서」는 2000년시대에 우리가 지향해야 할 문화생활의 지표다. 다가오고 있는 문화의 세기를 대비하는 우리의 기본구상인 것이다. 이를 얼마만큼 이해하고 실천하느냐에 새로운 밀레니엄시대의 풍요롭고도 알찬 삶의 달성 여부가 달렸다는 점에서 담고 있는 뜻은 크기만 하다.전문과 비전의 설정, 과제 및 기념사업 등 3부로 된 이 보고서는 문화는 삶의 질 향상의 기본적 요소이며 민족의 정체성 확립의 수단이라고 선언하고 있다. 이 때문에 문화는 민족통일과 화합, 경제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필수요건으로 삶의 모든 분야를 지배하는 요소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1세기는 문화와 정보통신의 세기란 점에서 이같은 선언과 전망은 타당하다. 문화는 더 이상 국가발전의 주변적 존재가 아니라 원동력이다. 바로 그 중심이라는 것이 2000년시대를 눈앞에 둔 깨달음이다. 선진국들이 오래 전부터 힘들여 이를 준비하는 것도 이 때문인데 우리는 출발부터 너무 늦었다. 「문화비전 2000년위원회」가 구성된 것이 불과 5개월전이다. 그나마 선진국들이 서기 2000년을 1,000일 앞둔 시점에서 갖가지 행사를 갖고 기념물 건립등 모든 계획을 마련, 실천하고 있는 것을 보고 이를 따르듯 허겁지겁 구성했다.

좋은 구상이나 계획이 마련된다고 과연 그대로 실천될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문화는 창의력이 그 바탕이다. 고유의 문화를 창조하지 못하고 따라가기만 하는 민족은 그 정체성을 잃을 뿐 아니라 그 존립마저 위협받는 것은 역사가 입증하고 있다.

「문화비전 2000 보고서」는 어디까지나 기본정신일 뿐이다. 얼마만큼 치밀한 종합계획을 세워 이를 실천하느냐는 정부의 의지에 달렸다. 아무리 좋은 계획을 세워도 실천하지 못하면 공염불이다. 문화비전 2000을 꽃 피우려면 정부의 의지에 예산의 뒷받침이 따라야 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문화가 21세기 국가발전의 중심요소가 되는 상황에서 이는 문화담당 부서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부 각 부서가 유기적으로 손을 잡고 나아갈 때 가능한 일이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 앞엔 2000년의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를 비롯, 2001년의 부산아시안게임, 2002년 월드컵 등 큰 행사가 줄지어 있어 자칫 문화의 세기를 준비하는 계획이 이러한 행사준비 때문에 함몰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실천 가능한 종합계획을 세워 문화인프라를 구축해 나가면서 문화의 창조와 소비가 불분명해지는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 이때는 서울만이 아닌 지방도, 그리고 국민 모두가 문화의 주역이라는 점을 모든 계획의 중심에 두어야 함은 말할 것도 없다. 문화의 생활화, 즉 민주주의적 문화와 민족문화 창달을 위해서 이를 한시도 잊어서는 안된다. 문화비전 2000 보고서는 그 첫걸음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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