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질’ 기대 커지며 ‘경찰역할’ 욕구 증대/정치적 중립 함께 안팎환경 개선 시급오늘(21일)은 국립경찰 창설 52주년이 되는 경찰의 날이다. 경찰은 민주주의의 기본인 법치주의를 유지하는 최일선의 법집행기관이므로 한 나라 경찰의 위상은 그 나라 민주주의의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가 된다. 영국 등 선진제국의 경찰과 그 나라의 민주주의 수준을 비교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우리 경찰은 45년 국립경찰 창설이후 반세기가 지났어도 아직도 권력 예속이나 부정부패 시비에 휘말리고 있어 국민의 신뢰를 받고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많은 경찰관들이 격무와 박봉에 시달리면서도 묵묵히 헌신적으로 일하고 있다. 또 범죄의 격증 등 여러 어려움속에서도 큰 파국없이 질서를 유지하고 있는데 대해 어느 정도 그들의 역할을 인정해 주어야 할 것이다.
오늘날 우리를 둘러싼 환경은 급속히 변화하고 있다. 특히 국민들의 삶의 질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경찰의 역할에 대한 사회적 욕구가 높아지고 있다. 이같은 욕구를 수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경찰서 정문에 높이 걸린 「시민과 더불어 즐거움도 함께 어려움도 함께」라는 표어와 같이 「시민과 함께 하는 경찰」의 구현에 각별한 노력이 필요하다. 「시민과 함께 하는 경찰」의 이미지는 어떻게 구축될 수 있을 것인가.
첫째 경찰관의 의식·태도의 민주화가 절실하다. 즉 경찰관의 인권의식이 체질화해야 한다. 예를 들면 수사경찰관은 자신이 피의자였다면 받고 싶고 또 받아야 할 대우를 피의자에게 행할 수 있어야 한다. 피의자를 다루는 과정에서도 인격적 모멸감을 주지는 않았는지 성찰하여야 한다. 그래야 경찰이 「기피의 대상」이 아닌 「불편을 느낄때 도와주는 사람」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 「경찰관 직무규범이나 윤리규범」을 제정하는 것도 생각해 봄직하다.
둘째 경찰이 현대화해야 한다. 경찰은 국민 개개인의 생산성을 최대화하기 위한 무형의 사회간접자본이라고 볼 수 있으므로 「뛰는 범죄, 기는 경찰」과 같은 표현이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일관성을 갖춘 투자가 절실하다. 과학수사는 장비의 현대화를 필수조건으로 한다. 컴퓨터시대에 수동타자기로 조서를 작성하는 모습, 낡은 승용차로 무선전화기 하나 없이 범죄차량을 뒤쫓는 모습이 경찰의 현주소여서는 아니된다.
셋째 경찰관서의 주요 정책결정과 집행 및 평가에 있어 지역주민이 적극 참여할 수 있는 틀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개방된 경찰서가 되어야 한다. 경찰서 민원실을 은행처럼 산뜻하게 꾸며 민원인들이 고객처럼 대우받는 느낌을 갖게 한다든가, 민원인들이 자주 출입하는 부서를 경찰서 정문 옆에 배치하여 불편을 덜어 준다든가, 경찰서의 조사실을 안이 들여다 보이도록 하여 밀실수사에 대한 시비를 줄여나가는 것 등도 생각해 볼 일이다.
넷째 경찰서와 일선 파출소가 지역사회와 무관하게 중앙의 명령을 하달받아 임무를 수행하는 권위기관이 되어서는 안된다. 일선 파출소 근무자의 경우 출입하는 시민에게 목례 정도는 건네고 상담을 요하는 시민에게 자리를 권하는 정도의 에티켓은 기본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같은 이상적인 경찰상을 만들어 가기 위하여는 무엇보다 경찰의 정치적 중립, 경찰수사권의 독자성 확보, 경찰관의 인간다운 삶의 보장 등 제도적 장치와 보완이 절실한데 이는 정치권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우선 일본의 공안위원회처럼 경찰 수뇌부 인사에 있어서 정치적 편향성을 차단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수적이다. 경찰이 권위주의 수사체제를 극복하고 수사행정의 능률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구속영장 신청 이전에 독자적으로 체포장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검찰로부터의 독립성을 부여하는 것은 경찰의 민주화를 위하여 차기 정권에서 해결해야할 과제이다. 이웃 일본에서는 48년 맥아더원수에 의해 이런 것들이 이루어져 경찰의 민주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실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하루 평균 12시간의 근무체제를 8시간제로 개선하는 것은 국민의 인권을 보장해야 하는 경찰관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키 위하여 절실하다. 또한 현재 11년·9년인 경정·총경의 계급정년을 2년 정도 늘려 조직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이다.
대선을 앞두고 여러 공약이 난무하는 가운데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언급하는 후보가 없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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