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통업계가 뿌리채 흔들리고 있다.20일 백화점업계 서열 2위인 뉴코아그룹이 사실상 침몰상태로 치달음에 따라 올들어 부도 법정관리 화의신청 등 경영위기를 맞은 백화점은 전국적으로 10여개에 달하고 있다.
서울지역의 경우 80년대까지만해도 롯데백화점 신세계백화점과 함께 유통업계를 3등분했던 대농그룹의 미도파가 부도유예협약에 회부됐고 한신공영계열 한신코아는 법정관리가 진행중이다. 진로유통(아크리스백화점)도 부도유예협약에 들어간 후 현재의 화의를 신청한 상태다.
지방은 사정이 더 열악하다. 대표적 토착백화점인 부산 태화백화점과 광주 화니백화점이 자금난을 견디지 못해 각각 법정관리 및 화의로 넘어갔으며 전주 전풍백화점, 경주 신라백화점, 울산 올림푸스백화점, 제주 롯데챔피온백화점도 각각 부도를 냈다. 부산 유나백화점도 법정관리에 들어간 모기업인 삼미그룹과 운명을 같이하고 있다.
한때 「현금박스」로 일컬어지던 백화점들이 이같은 연쇄도산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이유는 전반적 경기부진 외에 ▲유통시장개방 ▲할인점 창고판매 등 신업태등장 ▲바겐세일규제철폐 등이 꼽힌다.
유통시장개방이후 카르푸 마크로 막스&스펜스 등 외국의 대형업체들이 신도시지역을 중심으로 잇따라 몰려오면서 영세성을 면치못하던 국내백화점의 시장점유율은 급격히 감소하기 시작했다. 특히 외국 유통업체들의 「할인점」전략은 국내백화점 가격구조에 끼어있는 거품의 실상을 확인시키면서 소비자들의 구매전략을 180도 변화시켰다. 또 바겐세일 기간규제로 일부 영세백화점들은 사실상 연중세일에 들어갔고 이는 결과적으로 「제살깎기」식 과당·출혈경쟁을 촉발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백화점협회 관계자는 『유통시장개방과 규제완화는 소비자들의 쇼핑행태를 종전의 충동구매에서 계획구매로 전환하게 만들었다』며 『소비자의식은 이처럼 한단계 높아졌지만 백화점들은 이를 따라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뉴코아의 도태로 이제 유통업계는 롯데 신세계 현대 등 재벌계열 「빅3」체제에 사세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LG그룹과 최근 신규진출을 선언한 대우그룹이 가세하는 형국이다. 특히 이들 재벌백화점들은 서울보다는 「지방화」에 역점을 두고 있어 자금 서비스 모두 영세성을 면치못하고 있는 지방백화점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이재열·이성철 기자>이재열·이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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