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명의 겁없는 철부지 요리사들은 요리재료를 지지고 볶고 던지고 난리다. 어른이라면 『먹는 걸 가지고 웬 장난질이냐』고 정색할 일을 눈 하나 깜짝않고 한다. 도마 위에선 칼이 놀고, 객석에 물이 튀고, 천장에선 공과 뻥튀기과자가 쏟아진다. 관객도 앉아만 있지 않는다. 공을 맞던지고 과자와 빈대떡은 먹고 신나게 박수도 친다.「난타」(11월2일까지 호암아트홀·02―736―8288). 「새로운 공연」을 만들겠다는 의도로 환 퍼포먼스가 내놓은 것은 「생활 속의 사물놀이」랄까. 칼 도마 냄비 프라이팬 쓰레기통 싱크대 놋그릇 다듬이 등 살림살이를 두드려 사물가락을 연주하고 단편적인 극적 구성을 덧붙인 퍼포먼스다. 4명의 퍼포머는 김덕수가 이끄는 사물놀이팀 한울림 단원 2명과 연극배우 2명으로 이루어졌고 김덕수가 예술감독, 연극을 공부한 전훈이 구성·연출을 맡았다.
관객의 뜨거운 반응은 그동안 보지 못했던,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공연이 그만큼 드물었음을 반증한다. 더욱이 그동안 수억원을 들여 대형뮤지컬을 제작해온 극단으로서는 적은 제작비(1억원)로 흑자를 낼 「저예산 뮤지컬」로 육성해 볼만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한판 놀아보자」로 그친다면 뭔가 허전하다. 잘 울리고 조화를 이루도록 고안된 사물을 버리고 굳이 칼과 도마를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도구를 바꾸고 재미를 얹었을 뿐 이들은 대체로 사물놀이 가락에 얽매여 있었다. 생활소음도 곧 음악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표현영역의 개척에는 이르지 못했다. 반짝이는 재치는 있었다. 그러나 보다 절실한 싱그러운 정신이 아쉽다.<김희원 기자>김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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