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수불능 무담보채권은 100억짜리 1억에 매수/실물경제위기 차단·시장개방 경쟁기반 마련/‘뇌관’ 종금사 제외·은행합리화안 부재 문제점정부가 19일 발표한 은행부실채권정리방안은 그동안 우리경제를 위협하는 시한폭탄으로 지목되어 온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에 대한 본격적인 해체작업이 시작됐음을 의미한다. 최근 대기업의 연쇄부도로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규모가 급증, 실물부문의 위기가 금융위기로까지 확산되는 등 나라경제 전체가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인만큼 어떤 형태로든 부실채권정리작업은 시급히 서둘러야 할 과제였다.
이런 점에서 이번 방안은 국내 금융기관의 발목을 잡고 있는 부실채권 문제를 해결해 금융위기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내년으로 예정된 금융시장의 완전개방에 대비, 국내금융기관의 경쟁력기반을 갖추기 위한 대책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는 은행의 부실채권을 정리하는데 있어서도 시장원리를 최대한 적용했다. 대표적인 예가 부실채권매입가격의 선정방식이다. 정부는 부실채권을 시장가격으로 가급적 「짜게」매입, 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는데 역점을 두기로 했다. 부실채권을 ▲담보부채권 ▲산업합리화조치나 법정관리 등에 따른 장기채권 ▲무담보 채권 등 3종류로 나누어 종류별로 매입가격을 따로 산정키로 했다. 예를 들어 회수가능성이 거의 없는 무담보채권의 경우 채권가액의 1%, 즉 100억원짜리 부실채권을 1억원에 매입하는 것을 원칙으로 당사자간에 협의를 벌여 실재 매입가를 결정토록 한 것이다. 반면 담보부채권은 물건종류별 평균낙착률을 활용해 담보물건의 시가를 결정해 여기서 각종 경비를 공제한뒤 10%를 가감하는 범위내에서 최종가를 결정해 매입하기로 했다. 올6월말까지 최근 5년간 성업공사 및 6개 시중은행의 낙착률은 아파트 77.7%, 대지 72.4%, 공장 58.6%로 평균 62.7%였다. 따라서 감정가가 1억원인 아파트를 담보로 가진 부실채권의 경우 선순위채권 경매집행비용 등 각종 경비를 제외할 경우 매입예정가는 약7,700억원이 되며 이 예정가를 놓고 성업공사와 은행이 ±10%범위안에서 최종가격을 협상하게 된다.
정부는 특히 부실채권을 가급적 이른 시일안에 정리하는 방침아래 성업공사를 11월24일 설립, 연말까지 은행의 부실채권 4조∼4조5,000억원(장부가)을 장부가의 60% 수준인 2조∼2조5,000억원상당에 매입하기로 했다. 은행의 부담을 하루라도 빨리 덜어주자는 것이다.
금융전문가들은 『은행권의 해묵은 과제인 부실채권문제가 처리됨으로 인해 최대의 금융불안요인이 제거되게 됐다』며 『이번 조치는 금융시장을 안정시키면서 은행의 경쟁력을 크게 높이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고 평가했다.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기업도산과 금융위기의 뇌관격인 종금사의 부실채권에 대한 해결방안이 사실상 전무한데다 은행들이 부실채권을 장부가의 60%에 넘길 경우 대규모 적자를 입고 이에 따라 국제신용도가 하락할 우려가 있는만큼 후속대책이 필요하다. 이번 조치는 미완의 대책이라는 지적이다.
정부의 부실채권정리기금 운용방안은 은행들의 부실채권 규모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한보의 부도사태를 필두로 올들어 발생한 진로 삼미 기아 등 굵직굵직한 대기업들의 부도에 따른 은행들의 부실채권은 아직까지도 이들 기업의 처리방안이 확정되지 않아 매각가능채권으로 분류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들 부실기업이 제3자인수될 경우 추가로 발생할 부실채권의 규모가 크지 않다는 것이 재경원의 분석이나 현재 파악된 은행권의 매각가능 부실채권 규모와 비교할 때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김경철 기자>김경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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