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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의 강정법(유라시아 장수촌을 찾아서: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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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의 강정법(유라시아 장수촌을 찾아서: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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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10.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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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력제는 생리기능보완 단기 사용/오미감로환·이십오미산호환 등 중년남성 정력 세게하고 최음제 역할/고혈압·관절염·소화불량에도 효과/그러나 장기사용은 양생법서 금해▷라사의 풍물◁

84년부터 세계보건기구(WHO)의 요청으로 이루어진 중앙아시아 소수민족을 상대로 한 전통의학 조사는 여러모로 순탄치 못했다. WHO의 자문관으로 가려면 해당국가의 정부가 동의해야 하나, 목적지가 모두 외국인들이 다니지 않는 오지여서 어려움이 많았다. 필자는 티베트를 처음부터 가보고 싶었으나 분리독립을 요구하는 소요사태로 중국정부가 좀처럼 입국을 허용치 않아 결국 94년에야 그 뜻을 이룰 수 있었다.

51년부터 중국의 지배를 받아온 티베트는 아직도 외국인의 방문을 제한하고 있다. 62년 티베트의 수도 라사에서 자동차로 두시간거리에 비행장이 생겼고, 이제는 칭하이(청해)성으로 통하는 자동차 도로도 생겨났지만 베이징(북경)에서 직행하는 항공편은 아직 없다.

드디어 9월 중순 중국정부가 외국인 특별여행허가증을 내줘 비행기로 충징(중경)을 거쳐 라사에 들어갔다. 요즘은 치안이 괜찮아 단체관광객을 받고 있지만 아직도 외국인의 장기체류는 좀처럼 허가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 고장은 고산지대여서 벌써 밤에는 춥고 낮에는 햇볕이 몹시 따가왔다. 비행장에는 자치정부의 위생국 부국장이 마중나왔다. 라사에서 가장 좋다는 홀리데이 인 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안내하는 위생국 직원은 해발 4,000m가 넘어 고산병에 걸리기 쉬우니 우선 호텔에서 쉬라고 했지만 카메라를 메고 포탈라궁을 찾았다.

베이징 체류기간 중 2년에 걸친 포탈라궁의 수리가 최근 완료됐다는 뉴스를 호텔 TV에서 보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가벼운 흥분과 설레임속에 찾은 포탈라궁은 실망 그 자체였다. 내부의 벽화나 불상의 관리도 엉망이었고, 포탈라궁을 둘러싼 주변 동산은 온통 빈민굴같은 낡은 건물로 둘러쌓여 있었다.

두시간 반에 걸쳐 포탈라궁 주변과 역대 달라이라마의 불상을 둘러본 뒤 다시 자동차를 타고 라사강변에 이르니 최근 이주해온 한족들이 물고기를 잡고 있었다. 이 곳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새들에게 육신을 보시(포시)한다는 취지로 산위에서 조장을 지낸다. 그렇지 않으면 수장을 해서 물고기 밥이 되게 한다. 이 때문에 이 곳 사람들은 물고기를 먹지 않는다. 이승에서 죄가 많은 사람들만 땅에 묻는 매장을 한다는 얘기였다.

공식적으로 이 곳 시간은 베이징과 같지만 50년까지만 해도 표준시간이 베이징과 세시간 이상 차이났다. 따라서 출근시간이 여름에는 상오 9시30분이나 10시, 겨울이면 11시쯤 된다. 점심시간은 두시간 정도로 길다.

이튿날 시장(서장)자치구 장의원의 문진부를 찾았다. 우리말로 외래 진료소인 문진부는 가장 번화한 거리에 있었다. 티베트 전통의사인 문진부 차장에게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었다. 그에 따르면 이 곳에선 몽골지역과 비슷하게 탕약을 쓰지 않고 가루약이나 환약만 쓴다고 했다. 요즘은 많은 사람이 도시에 살고 있지만 아직도 대부분의 티베트 사람들은 양을 치고 야크와 말떼를 따라 다니는 유목생활을 한다는 얘기였다.

▷칠십미진미환◁

귀한 손님이 왔다고 칠십미진미환이라는 값비싼 약을 선물로 주었다. 이 약은 중년 남성들의 건강을 증진시키고 정력을 세게 한다는 보약으로, 성분이 70가지 약재로 돼 있어 칠십미진미환으로 불렸다.

이보다 값이 좀 싼 보약으로 이십오미산호환과 오미감로환이 있다. 모두 나이먹은 남자들의 건강과 정력에 좋다는 설명이었다. 신기한 느낌이 들어 필자의 통역을 맡은 한족출신 중의사의 도움을 받아 오미감로환의 주성분을 알아보니 측백 마황 두견엽 야호 홍유엽 등 다섯가지였다. 이런 약은 마황만 빼면 모두 중앙아시아에서 나는 생약으로 중년남자들의 정력에 좋다는 얘기였다.

이십오미산호환의 경우 사람의 생리기능을 조절하고 정력을 향상시킬 뿐아니라, 칭하이성이나 티베트같은 고산지대에서는 구하기 어려운 산호가루가 들어 있어 고혈압 관절염 소화불량 등에도 효과가 있다고 했다. 특히 중년 남성들의 정력증강에 도움을 주는 일종의 최음제 내지 미약의 역할도 한다고 했다.

과거의 의학은 시대구분에 따라 고대, 중세, 그리고 근대의학으로 나눌 수 있지만 환자들의 계층에 따라 지배층을 위한 귀족의학과 서민들을 위한 대중의학으로도 분류할 수 있다. 서양 중세기에 성경다음으로 많이 읽혔던 책은 36개 국어로 번역돼 소개된 「살레르노의 양생훈」일 것이다.

이 책에는 건강하게 살려면 고기를 적게 먹고, 저녁에 술을 마시지 말며, 적당한 운동을 해야 한다고 적혀 있다. 동양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당나라 황제들은 수많은 종류의 정력제와 불로장생약을 먹었다. 그러나 후세에 와서 정력에 좋다거나 장수하는 데 보탬이 된다고 당대의 도사들이 추천한 단사같은 약을 분석해보니 수은과 비소가 많이 들어있음이 밝혀졌다.

한나라 때에는 측천무후를 빼고 대부분의 왕이 단명했다. 몸에 좋고 정력을 증강시킨다고 강정제를 너무 많이 먹어 빨리 죽었다는 게 오늘날의 정설이다. 이런 약에는 수은과 비소가 많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현재 베이징에는 중국정부가 야심적으로 중의학 개발을 위해 설립한 칭궁(청궁)의약연구소가 있다. 이 곳에서는 청나라때 황제들이 먹었다는 강정제들을 새롭게 검증해 실용화하고, 외국에 수출하고자 힘쓰고 있다. 약을 넣은 술과 환약은 물론 드링크제도 개발돼 있다. 과학적인 검증을 거치기 때문에 수은이나 비소에 중독되진 않겠지만, 나이가 들 수록 오래 살고 정력이 유지되기를 바라는 것은 모든 시대 사람들의 공통된 정서인 것같다.

▷강정약과 강정법◁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서기 984년 일본사람이 쓴 「의심방」이라는 책을 보면 신라의 고승이나 백제, 고구려의 큰 스님들이 만든 처방에 따라 약을 먹으면 몸이 건강해지고 정력이 좋아진다고 했다.

이런 범동양적인 양생법 내지 방중술은 신비한 밀교적 냄새가 풍기는 라마불교와도 깊은 관계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방영됐던 영화 「리틀 부다」의 여러 장면은 지금도 티베트에서 얼마든지 볼 수 있다. 수양을 많이 쌓은 고승은 미래를 예측하고 건강도 잘 지키며 자신의 죽을 때도 안다고 한다. 티베트는 가장 낮은 곳이 해발 3,700m, 높은 곳은 5,000m가 넘는다. 산소가 부족해 외국인들은 좀처럼 적응하기 힘들다. 그러나 티베트는 기원전 500년경 이미 고유의 글자를 만들어냈고, 7세기 이후 중앙아시아를 정복했다. 서기 763년에는 중국에 들어가 한때 창안(장안)도 점령했다. 또 785년 서쪽으로 나아가 파미르고원까지 그들의 지배하에 두어 찬란한 문명을 일으켰다.

아직도 르커치(일객칙)같은 남쪽지방에는 티베트가 자랑하는 장수촌이 있다. 마르코 폴로가 원나라때 중국으로 가기위해 티베트를 찾았던 당시와 같은 신비하고 현대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절과 고승들도 있다. 티베트의 절에서는 사부의전이라는 고대 의서를 이용, 5∼6년 과정으로 전통의사를 양성하고 있다.

필자는 이들이 선물로 준 정력제는 물론 강정법을 소개한 책도 가져왔다. 실제로 베이징에는 외국인들의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 티베트 전통의학을 시술하는 소규모 장의원도 있다. 나이가 들어서도 정력이 왕성하려면 첫째 건강해야 한다. 당뇨병 등 성인병을 철저히 예방하고 너무 비만해서도 안된다. 또 육체 활동을 계속하는 게 정력 유지에 필수적이다.

갑자기 정력이 떨어지면 반드시 그 원인을 찾아내야 한다. 대부분의 성인병은 성욕의 감퇴를 불러오기 쉽다. 이와 함께 나이에 맞는 성생활 방식을 터득하는 지혜도 필요하다. 마가렛 미드도 지적한 바와 같이 성생활은 남녀의 협동작업이다. 연령과 개인의 특성에 따라 성생활을 조절하는 게 중요하다.

정력제를 쓸 때는 계속 사용하지 말고 자신의 생리기능을 보완하기 위한 일시적 수단으로만 써야 한다. 이상과 같은 이야기는 넓게 볼 때 아시아 전통의학에 공통되는 양생법의 원칙과도 통한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다.<허정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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