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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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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7.10.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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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웬만큼 운전을 했다고 자신하는 사람도 미국에서 면허 얻기란 그렇게 쉽지 않다. 대개 주행테스트에서 주눅들게 마련이다. 그 열악하기 이를데 없는 서울에서도 용케 버텼는데 하다가는 낭패보기 십상이다. 필기시험에 합격하면 도로로 차를 몰고 나간다. 운전석 옆에 앉은 시험관의 첫마디는 『당신같은 수험생의 실수로 1년에 몇백, 아니 몇천명의 무고한 시험관이 생명을 잃는다. 만약 본인(시험관)이 위험하다고 판단되면 가차 없이 실격시키겠다』고 겁을 준다. ◆시험관의 이같은 경고후부터 까닭없이 침이 마르고 몸이 굳어진다. 「저 앞쪽 모퉁이에서 우회전」하라는 지시에 이상하게도 핸들을 왼쪽으로 꺾는 경우도 허다하다. 시험관으로부터 자신의 안전을 위해했다는 이유로 실격판정을 받는다. ◆이런 과정을 거쳐 면허를 얻은 사람들은 자기 생명 못지않게 남의 생명도 귀하게 여길줄 안다. 주행중 횡단보도가 있으면 사람이 있건, 없건간에 일단 정지부터 한다. 이런 나라에서는 「이경규가 간다」는 코믹성 고발프로가 발붙이기 어려울 것이다. ◆지난 15일 경찰청의 국정감사장. 올들어 경찰이 운전자 등에게서 거둬들인 2천4백28억원의 범칙금이 교통시설 등엔 투자되지 않고 정부의 「쌈짓돈」처럼 방만하게 쓰여지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애매한 신호체계, 고장난 신호등, 푹 파인채 방치되고 있는 요철도로 등 우리사회 곳곳엔 손봐야 할 교통사각 지대가 너무나 많다. 사고가 나면 운전자나 보행자 탓으로 돌리는 교통행정의 선진화는 미국처럼 「소송천국」이 된 뒤라야 가능할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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