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작곡가 엘가에게 그의 첫번째 교향곡이 무엇에 대한 것이냐고 물었을 때 그가 한 대답은 『한 인간의 삶에 대한 자세』라는 것이었다. 세계 정상의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씨가 8∼15일 일주일 동안 런던 바비칸센터에서 실내악, 오케스트라 협연, 독주회 순으로 가진 연주회는 한마디로 『정경화의 음악과 인생에 대한 태도』를 그대로 보여준 무대였다. 이토록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할 수 있게 해준 신에 대한 감사와 겸손, 그리고 자신이 느낀 모든 것을 청중과 함께 나누고 싶다는 강렬한 열망, 예전의 화려하고 도전적이던 모습이 간혹 흔적처럼 엿보이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따뜻하고 부드럽고 많이 점잖아진 모습으로 갖가지 세부 표정을 다 끌어안은 음악의 큰 흐름, 하나의 아름다운 노래를 만들어냈다.올해 나이 50에 세계 무대 데뷔 30주년. 이번 연주회는 데뷔 30주년을 기념해 올봄 서울에서 시작된 연주회의 연속이자 영국을 대표하는 공연장 바비칸센터의 유명 연주자 초청리사이틀(Barbican Celebrity Recital) 의 한 프로그램으로 마련됐다. 정씨가 첫 순서를 장식한 바비칸센터의 유명 연주자 초청리사이틀에는 바이올리니스트 기돈 크레머, 피아니스트 미하일 플레트뇨프, 타악기의 이블린 글레니 등이 참가한다.
정씨가 직접 잉글리시 체임버를 지휘해 바흐의 바이올린협주곡 가단조, 마장조, 그리고 비발디의 「사계」를 들려준 8일. 우리가 흔히 들어온 정적이고 정제된 「사계」와는 사뭇 달랐다. 훨씬 더 생동감있고 아기자기한 묘사로 새가 울고 시냇물이 졸졸 흐르는 봄, 너무 추워 이가 덜덜 떨리는 겨울의 느낌을 고스란히 살려냈다.
12일 앙드레 프레빈 지휘로 런던심포니와 협연한 브람스 바이올린협주곡은 그의 원숙한 면모를 보여준 감동적 연주였다. 느린 악장에서는 경쾌한 터치와 부드러움으로 곡의 서정성을 우아하게 살려냈고 피날레에서는 예전과 같은 날카로움보다는 밀도있는 매력적인 연주를 들려줬다. 프레빈의 런던심포니는 이날 정씨의 연주를 거의 완벽하게 반주하는 호연을 펼쳤다. 정씨는 3년 후 사이먼 래틀이 지휘하는 빈 필과 이 곡을 라이브로 레코딩할 예정이다.
15일은 피터 프랭클의 피아노 반주로 브람스 소나타 1, 2, 3번과 쇤베르크의 「환상곡」을 연주했다. 더 이상 무언가를 과시할 필요가 없는 단계에 오른 연주자의 여유있고 풍부한 표정이 깃든 연주였다.
『테크닉적으로 화려한 것보다는 음악 그 자체를 그려내 청중과 교감하고 싶다』는 정씨의 바람에 런던의 청중은 전석 매진과 열렬한 환호로 응답했다.<신복례 재영 음악 칼럼니스트>신복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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