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도 많아 힘들지만 느긋한 마음으로 걸으며 서울의 속살을 만나죠『걷기는 무심히 지나치기 쉬운 도시의 속살을 재발견하고 함께 호흡하는 흥미진진한 일입니다』
세계적인 화장품회사 로레알의 한국지사 본부장인 프랑스인 매튜 스피스(29)씨는 자칭 걷기광이다. 지하철 3호선 매봉역 근처 자택에서 양재역 인근 사무실까지 매일 걸어서 출퇴근하는 그를 보고 회사동료들이 흔히 「미쳤다」는 반응을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걸으면서 시시각각 변화하는 사람과 도시의 표정을 보는 일은 그에게는 남다른 즐거움. 교통체증을 염려할 필요없고 건강에 좋으며 도시가 삭막하든 화려하든 독특한 서정을 느낄 수 있어 감수성도 풍부해지니 이보다 좋은 일이 있을 수 있겠느냐는 지론이다.
걷기를 통한 서울탐험 2년동안 그가 가장 인상깊게 기억하고있는 서울의 거리는 이화여대 입구와 압구정동, 강남역 뒷골목 등이다. 넘쳐나는 젊음과 독특한 디자인의 건물들, 음식점에서 흘러나오는 고소한 냄새 등은 절로 활기를 북돋워준다. 걷기를 즐기다보니 서울의 엄청난 인구들틈에서 물찬 제비처럼 요리조리 빠져나가는 요령도 퍽 늘었다고 자랑한다.
처음 서울에 왔을때 사람들이 가까운 거리도 으레 택시를 타고가는 것을 보고 의아했다는 스피스씨는 그 이유를 『지하도를 통해 길을 건너야 하는 경우가 너무 많고 횡단보도를 건널때도 버스나 자가용들이 파란 깜빡이 등이 채 꺼지기도 전에 주행하는 등 위험요소가 많아 보행자가 피곤을 느끼기 때문아니겠느냐』고 분석한다. 보행자들도 바쁘다고 해서 마주오는 사람과 어깨를 부딪쳐도 본체만체 그냥 지나치는 것은 걷기를 짜증나게 만드는 일이라고.
스피스씨는 보행편리야 어차피 행정적인 뒷받침이 필요한 부분이지만 보행자들 스스로 느긋한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거리의 길이를 먼저 따지면 걷기는 즐거움이 될 수 없습니다. 느긋한 마음으로 도시와 사람들의 활기를 심호흡한다는 기분으로 걷다보면 걷기가 습관화되고 서울이라는 도시가 더 친근하게 느껴지지요』<이성희 기자>이성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