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강릉에 침투했던 북한잠수함에서 구호식량용 통조림 표지가 발견된 것은 구호품이 군용으로 전용된 움직일 수 없는 물증이다. 그동안 관련국제기구들은 구호식량 배급절차의 투명성 보장을 요구해 왔다. 그럼에도 북한정권은 구호단체의 눈을 속이고 식량을 군에, 그것도 무장공비에게 전투용 비상식량으로 배급해 남침까지 하게 한 것이다. 굶주리는 주민에게 갈 구호식량을 군대에 전용한다는 것은 주민수탈행위에 다름 아니다. 김정일정권의 너무나 뻔뻔한 범죄적 면모에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다.최근 국방부가 발표한 국방백서나 안기부의 국정감사 보고, 영국의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보고서는 북한군 전력이 지난 1년 사이 7만5,000∼9만2,000명 이상 증강됐음을 일제히 지적하고 있다.
북한군이 군사력과 함께 정치적으로도 강화되고 있다는 사실은 김정일의 노동당 총비서 승계 과정에서도 확인됐다. 당중앙위와 중앙군사위 합동회의에서 추대된 것이 그것이다. 이는 군의 호전적 자세가, 최근 북한의 유화적 제스처에도 불구하고, 앞으로도 김정일의 내외 정책에 강도있게 반영되리라는 관측을 가능케 한다.
이렇게 볼 때 북한은 국제기구의 호소에 아랑곳 없이 계속 구호식량을 빼돌릴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정부는 모든 구호식량의 배급현장을 권위 있는 국제기구가 투명하게 통제할 수 있도록 북한이 보장하지 않는 한 한톨의 식량도 더 보내져서는 안된다는 우리의 정서를 국제사회에 천명하고 납득시켜야 한다.
통조림 표지가 잠수함사건이 발생한지 1년이나 지난 후에, 그것도 최근의 을지훈련도중 미군에 의해 발견됐다는 사실에 이르러서는 할 말을 잃게 된다. 그뿐인가. 보도에 따르면 국방부와 통일원 등 관련기관은 이런 실수가 외부에 알려질 것이 두려워 관련 국제기구에 통보만 하고 국민에게는 쉬쉬하고 있었다니, 대명천지에 어떻게 그런 은폐가 가능하리라고 생각했는지, 관계당국의 해명은 물론 책임자에 대한 엄중한 조사와 처벌이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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