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떠난 일”“마지막 구상” 주변서도 갈려김영삼 대통령은 사실상 김대중 국민회의총재 비자금 보유설 파문의 한 가운데 서있다고 볼 수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들이 줄곧 『이번 사건과 김대통령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고 강조하고 있으나 정치권이나 국민은 여전히 의문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김대통령이 고도의 정치승부수를 띄워 파문을 주도하거나 아니면 적어도 신한국당의 폭로를 사전에 보고받고 묵인했을 것으로 추측하면서 「진실」을 궁금해 한다.
이와는 반대로 김대통령은 3김청산을 겨냥한 신한국당의 선거전략에 따라 이번 파문의 피해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받고 있기도 하다. 김대중 총재가 거듭 김대통령과의 단독회담을 요구하고 이회창 신한국당 총재도 회동을 원하는 것이 이번 파문으로부터 김대통령이 홀가분할 수 없는 이유다. 김대통령과 두 여야총재의 개별면담이 이뤄질 경우 파문은 의외의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며 김대통령의 선택은 대선정국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들은 『김대통령은 상황을 보고받고 여러가지 걱정을 하고 있으나 아무런 언급이 없다』고 김대통령의 근황을 전한다. 김대통령은 두 총재들과 만날 뜻도 별로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령 김총재를 만날 경우 엉뚱한 구설수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김대통령은 그동안의 스타일 대로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이 파문의 중심에서 쉽게 벗어날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이제 자신의 의지나 힘을 강력하게 실을 수 있는 기관이나 인물이 많지 않음을 실감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김대통령이 신한국당의 결행을 전혀 사전에 몰랐다는 느낌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며 『정치상황이 자신과 아무런 상관없이 전개되는 것에 대한 감회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관계자는 『김대통령의 침묵은 이유있는 침묵일 수도 있다』며 『그 속에는 사태 전개의 결과에 따라 마지막 정치구상을 실행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내포돼 있다고 본다』고 관측했다.<손태규 기자>손태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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