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억 지구인구 생계위기 유엔 ‘빈곤과 전쟁’ 나서/우리도 생보제보완 등 범세계 운동 동참해야우리 국민에게 「가난」이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은 세대별로 큰 차이가 있다.
아마 그 차이가 우리나라만큼 큰 나라도 드물 것이다. 보릿고개 시절 이야기를 틈만 나면 꺼내면서 그때보다 나아진 지금의 생활수준에 만족하는 세대가 있는가 하면 외제 청바지나 외제 운동화를 사지 못하는 것을 가난하다고 생각하는 세대도 있다. 지난 30여년간의 급속한 경제성장 덕택에 우리나라는 절대빈곤층이 많이 감소했고 이에따라 가난에 대한 의미도 달라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절대빈곤에서 허덕이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또 이들에 대한 관심과 지원은 너무 미약하다. 95년 대통령이 「삶의 질」의 세계화를 선언한 이후 빈곤문제가 사회적 관심을 끄는 듯 하였으나 얼마후 그 분위기는 잠잠해 지고 말았다. 요즈음 대선을 앞두고 국민을 진정으로 위한다는 후보가 많이 나서고 있으나 빈곤대책에 대한 언급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러한 때에 신선한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유엔총회에서 97년부터 2006년까지를 「빈곤퇴치를 위한 10년」으로 정했다는 것이다. 특히 올해에는 유엔이 정한 「세계빈곤퇴치의 날」인 오늘(17일)부터 「국제연합일」인 24일까지를 「빈곤과의 전쟁을 치르기 위한 특별기간」으로 정하고 여러행사를 계획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올해 유엔개발계획(UNDP)의 보고서에서도 빈곤을 주 테마로 잡고 있다. 지구상에 살아가는 인구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13억명이 빈곤의 늪에서 헤어나질 못하고 있으며 이들은 하루에 900원도 안되는 돈으로 겨우 목숨만 이어가고 있는 실정을 보고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빈곤대책은 생활보호제도를 통하여 이루어지고 있다. 이 제도는 대표적 공공부조제도로서 정부가 가난한 사람들의 생활을 보호하기 위해 60년대 초부터 시행하고 있다. 올해 생활보호대상자수는 141만 1,000명으로 전체인구의 3.1%로 보고되고 있으나 여러가지 사유로 생활보호대상에서 제외된 사람들을 포함하면 그 비율이 더 높아질 것으로 추정된다. 생활보호대상자로 일단 선정되면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게 되는데 가장 절실한 보호가 생계보호이다.
생계보호란 현금과 현물을 빈곤가구에게 지급하여 그들의 생계유지를 돕는 보호의 한 종류이다. 그런데 생활보호대상자로 선정되었다고 모두 생계보호를 받는 것은 아니다. 생활보호대상자중 거택보호대상자나 시설보호대상자로 선정되어야 생계보호를 받을 수 있다. 97년의 경우 37만4,000명만이 정부로부터 생계보호를 지원받고 있는데 이는 전국민의 0.8%에 해당한다.
생계보호를 받지 못하는 그 나머지는 자활보호대상가구들인데 이들중 약 절반이 근로능력이 없는 빈곤가구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근로능력이 없는 사람이 어떻게 자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인가.
아울러 생계보호를 위한 지원수준도 미흡하다. 97년 현재 생계보호비는 최저생계비의 90% 수준으로 1인당 월 13만3,000원이다. 이 액수로 한달동안 생활하는 사람들을 상상해보라. 최저생활이 보장되지 않는 수준이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생활보호예산이 확충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대빈곤정책은 소득에만 치중되어왔다. 97년 UNDP보고서는 빈곤을 소득만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보건·사회 등 다각적인 측면을 고려하는 「인간빈곤」이라는 개념을 설정하고 이를 지수화하여 국가간 비교를 하고 있다. 이처럼 빈곤을 더 넓은 시각으로 보려는 세계적 추세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우리나라도 지금처럼 소득만을 고려한 빈곤에서 보건환경 주택 교육 안전 등과 연계하여 빈곤을 퇴치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야 진정한 의미에서 빈곤퇴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제 OECD회원국이 된 우리나라의 정부 기업 시민은 빈곤에 대한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한 때이다. 『160년전 세계는 노예제도에 대항하는 사회운동을 시작하였다. 오늘 우리 모두는 빈곤에 대항하는 범세계적 운동에 동참할 때이다』라는 유엔의 주장은 인간의 존엄성을 기초로한 빈곤퇴치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설정을 촉구하는 메시지로 우리에게 전해지고 있다. 우리도 주위 뿐만 아니라 나라밖에 있는 모든 빈곤을 퇴치하기 위해 세계적으로 펼치는 이 운동에 동참하자.<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한국보건사회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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