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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외채 환차손도 눈덩이/상장사 달러화 부채 479억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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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외채 환차손도 눈덩이/상장사 달러화 부채 479억불

입력
1997.10.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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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차손 올 상반기만 2조원/회계조정 ‘편법 흑자’ 성행따라 상환시점 엄청난 적자 불보듯/‘한꺼번에 파산’ 위험상황 올수도우리나라 기업은 금리가 싼 외채를 선호한다. 국제금리의 지표로 사용되는 리보(LIBOR·영국은행간 금리)가 연리 6%선인데 반해 국내 금리는 연리 12∼14%선이니 기업으로서는 구미가 당길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외채는 상황에 따라서 먹었다가는 큰일이 나는 「가시돋친 장미」로 돌변한다. 환율 변동에 따른 환차손이 주요 요인이다.

국내 상장회사들의 달러화 부채는 총 479억달러. 올들어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1달러당 840원대에서 910원대까지 올랐기 때문에 외채를 많이 도입한 기업들은 엄청난 환차손을 입을 수 밖에 없었다.

동원경제연구소가 555개 상장 법인을 상대로 분석한 결과 올해 환율변동에 따른 상반기 실질 외환 관련 손실은 무려 2조2,080억원이었다. 기업들이 상반기중 뼈빠지게 일해 벌어들인 이익중 80%이상이 환차손으로 날아간 것이다.

동원경제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상반기중 실질 외환손실은 삼성전자가 2,544억원으로 가장 컸으며 대한항공(2,184억원), 한국전력(2,076억원), 유공(1,385억원), LG반도체(1,260억원), 포항제철(1,249억원), 현대전자(1,169억원), 한진해운(919억원)의 순이었다. 대기업체의 한 관계자는 『열심히 벌어도 환차손 때문에 적자 신세를 면치 못한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뾰족한 대책이 없는 것이 더 문제』라고 말했다.

기업들은 환차손 때문에 실질 경영수지가 적자인데도 장부상으로는 흑자를 만들어 놓는 일이 많다. 적자일 경우 기업 이미지와 신용도가 떨어져 자금 도입이 더 어려워지고 외채 도입때도 프리미엄을 더 내야한다. 하지만 이것이 싫어서 흑자로 회계처리를 할 경우도 문제가 생긴다. 불필요한 세금을 더 내고 배당도 더 많이 해야하는 등 악순환이 생겨난다.

삼성전자와 LG반도체 현대전자 한진해운 현대상선 현대자동차 등은 회계장부상으로는 흑자였으나 환차손을 정확히 회계에 반영할 경우 적자다.

환차손 때문에 기업회계에서 편법적인 흑자만들기가 성행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나자 지난해 말 정부는 회계제도를 변경해 장기외채의 경우 환차손을 당기손실로 처리하지 않고 자본조정계정으로 계상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회계장부가 적자로 돌아서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기업들은 장기외채 뿐만 아니라 단기외채의 환차손까지 손실처리를 하지 말자는 주장을 하고있다. 외화자산과 부채를 원화 환율로 환산해 재무제표에 반영하지말고 빚을 갚는 시점에서 발생하는 환차손만 회계에 반영하자는 것이다. 일련의 부도사태 여파로 해외자금 조달이 어려운 상황에서 환차손으로 인한 적자까지 재무제표에 반영하면 신용도가 극히 나빠지기 때문이다. 쌍방울 그룹은 미국 현지법인이 대출을 받은 1,000만달러에 대한 지급보증을 섰다가 부도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에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내용은 적자인데 억지로 흑자를 만들 경우 급한 불은 끌 수 있을 지 몰라도 외채상환 시점에 가서는 한꺼번에 엄청난 적자를 감당해야한다.

안건회계법인의 장태수 회계사는 『회계기준을 엿가락처럼 이리저리 변형시켜 흑자를 만드는 것은 극히 단기적인 처방이다』며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는 시점만 뒤로 늦춰 결국은 영국의 베어링스사처럼 한꺼번에 파산을 맞을 위험성이 있다』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의 이용만 책임연구원은 『외채의 상환시점이 언제냐에 따라서 차이가 있겠지만 지금처럼 원화 약세가 지속될 경우 위험한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조재우 기자>

◎외채는 결국 국민부담/국내 금융기관·기업 파산땐 정부가 수습해야

1인당 국민소득이 1만달러를 넘어선 지금, 외채의 증가가 단순한 「빚잔치」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총외채는 80년 272억달러에서 올해말에는 1,200억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하지만 경제 규모도 그만큼 커졌기 때문에 단순히 액수만을 비교해 『빚만 엄청나게 늘었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그동안 외국에 꾸어준 것(대외자산)도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총외채에서 해외자산을 뺀 순외채, 또는 국민총생산(GNP)대비 총외채 등이 한 나라의 「빚더미」를 가늠하는 수단으로 쓰인다. 국제부흥개발은행(IBRD)과 같은 국제기구에서도 1인당 국민소득이 1만달러 이상인 나라는 외채통계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국민소득이 1만달러를 넘어선 95년부터 국제기구에서 집계하는 외채국 순위에서 빠졌다.

경제성장과 함께 외채의 성격도 바뀌었다. 70년대에는 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금융기구에서 빌려오는 차관이 많았지만, 대부분 상환했다. 90년만 해도 20%에 달했던 공공부문 외채는 95년에는 4%로 줄었다. 대신 기업이나 은행 등에서 들여오는 외환은 많아졌다. 특히 점진적으로 해외자금시장이 개방되면서 금융권에서 들여오는 돈이 늘고 있다. 90년대말에 들어서는 국경을 오가는 외화자금의 60% 이상이 금융 부문을 거치고 있다.

이렇게 들여온 외화는 기업의 단기결재용 영업자금이나 금융기관의 국제금융업무 자금 등으로 쓰인다. 일반인이 해외여행이나 유학 등을 위해 국내 은행에서 사들이는 외환도 외채의 일종이다. 정부는 기업이 차입하는 해외자금의 용도를 시설재·기자재 수입자금, 기술도입비 등으로 한정하고 있다.

만약 금융기관이나 기업이 외환을 상환할 수 없는 파산 상태가 된다면? 국내 부도기업의 정리절차와 마찬가지로 해외 금융기관도 채권 회수에 나설 수 있다. 하지만 금융기관이 기업정리, 인수합병(M&A) 등에 휘말릴 경우 국내 경제 전반의 지급 시스템에 혼란이 오고 우리나라의 국제신용도도 땅에 떨어진다. 경제 전반에 비상이 걸린다는 의미다. 결국 「큰일」이 나기 전에 정부가 나서 수습하는 수 밖에 없다.

한보 기아사태 등을 거치면서 신용 추락으로 휘청거리는 제일은행의 경우에도 사실상 정부가 나서 지분을 떠안기로 했다. 정부가 제일은행 부실채권에 대한 「보증」을 해서라도 걷잡을 수 없는 파장을 막아보자는 것이다. 85년 국제상사가 부도났을 때 정부가 나서 현지 차입금을 대신 지급해준 선례도 있다.

빚을 갚을 1차적 책임이 어디에 있든 외채는 결국 국민 전체의 부담인 셈이다.<김경화 기자>

◎특별기고/이한구 대우경제연 소장/외채위기 문제점과 대처방안/심각한 수준의 단기외채를 장기 직접투자로 전환위해 정책의 투명·신뢰성 제고해야

외채 위기를 엄격하게 정의한다면 상환기한이 도래한 외화표시 부채를 제대로 갚지 못할 정도로 한 나라의 외환 사정이 보편적으로 악화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좀더 포괄적으로 정의한다면 외환유동성 결핍 정도는 아니더라도 외환평가손이 심각하거나 생활수준을 전반적으로 낮춰야 수습될 만큼 자국 통화의 가치가 크게 하락하는 경우도 포함된다.

그런데 올해 들어서는 우리나라에도 동남아 국가들처럼 외채 위기가 닥치는 게 아닐까라는 의문이 매우 자주 제기되고 있다. 총외채가 1,103억 달러로 10년전의 3배에 이르고, 순외채 규모가 매우 빠른 속도로 늘어나며 단기외채의 비중이 60%에 육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근래 대기업의 연쇄 부도와 금융기관들의 부실채권이 급증하는데 정부의 수습 능력이 돋보이지 않은 것도 한몫을 한다. 또 저축―투자의 갭이나 재정수지상황을 볼 때 향후 몇년간 외채가 증가할 전망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사실 사회심리적 요소를 배제한 채 경제적 자료를 살펴보면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다. 외화 부채가 늘어난 만큼 외화 자산도 늘어났고, 국내총생산(GDP)에 대한 외채비율도 96년의 상황은 85년보다 낫다. 원리금상환비율(DSR)도 96년은 6.8%로서 93년 9.1%, 85년 21.7%보다 좋은 상황이다. 그 당시에도 요새처럼 외채망국론이 있었던가. 또 94년의 멕시코나 금년의 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보다 실물지표나 외환지표 대부분이 좋은 상태이다.

그렇다고 안심하자는 얘기는 아니다. 단기외채의 구성비 60%는 85년의 23%, 90년의 45%보다 확실히 악화됐고, 수입금액이나 총외채에 대한 외환보유액이 동남아시아 국가보다 나쁘기 때문에 외채 관리를 잘못하면 투자수익성 측면 뿐 아니라 유동성 측면에서 어려움에 봉착할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한보 기아 등 대기업들의 부도 뒷처리가 마무리되지 않은 채 추가로 대기업 부도가 또 겹친다면 대외신뢰성 악화→외자유입중지→국제수지적자에 해당하는 대외지출불능 내지 심각한 수준의 원화 평가절하 위험까지 생각할 수 있다. 마침 외국에서 형성된 원화 환율이 미국 달러당 1,000원을 훨씬 넘어섰다는 보도도 참고할 만하다.

그래서 외채위기론의 실현 여부는 국제수지적자기조의 유지 여부, 북한 경제의 붕괴시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과 관련된 자본자유화의 결과 나타날 외자의 유출입속도와 그 관리능력, 투기세력과 견줄 수 있는 외국환 평형기금의 확보 여부에 달려있다. 따라서 물가안정, 국내저축제고, 내용이 알차고 외화획득과 직결되는 설비투자자세, 기술개발·정보화투자·에너지절약 노력이 외채위기예방의 핵심이다. 또 무역외수지 적자 축소를 위해 관광산업진흥책·운송산업 경쟁력제고책이 아쉽다. 그리고 산업구조는 수입의존도를 낮추고 수출품은 고부가가치화, 수출지역은 선진국지향형으로 바꿔야 한다. 생산적 서비스산업과 중소기업 중심의 자본재 산업 육성이 외채 위기 극복에도 필요하다. 물론 단기외채를 외국인에 의한 장기 직접투자로 전환시키기 위한 정책의 투명성·신뢰성 제고가 가장 시급한 해결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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