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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채위기 다시 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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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10.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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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수지적자·부도 등 여파로 올 연말 총외채 1,300억달러 1인당 200만원이 훨씬 넘는다/게다가 증가 속도가 빠르고 빌린돈을 갚기 위한 악성 단기외채 비중이 너무 높다외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올 3월까지 총외채 규모는 1,103억달러. 우리 돈으로 101조원(1달러당 915원 기준), 국민 1인당 224만원에 달한다. 한보 기아 등 대기업 연쇄부도사태와 국제수지 적자 누적으로 연말 총외채 규모는 1,200억∼1,3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더구나 환율급등으로 외환시장 불안이 고조되고 원화환산 실질 외채부담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70·80년대 「외채위기」의 재판이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과연 「제2의 외채위기」는 올 것인가.

먼저 위험요소로 지적되는 것은 외채의 증가속도. 89년 294억달러에 그쳤던 외채는 경상수지 적자 확대로 96년말 1,047억달러로 급증했다. 95년(784억달러)에 비하면 33.5%나 증가한 수치다. 이에 따라 총외채에서 대외자산을 뺀 순외채도 89년 30억달러에서 올 3월 448억달러로 15배로 늘어났다. 더구나 한국기업들이 해외에서 직접 빌려 쓴 300억∼400억달러 규모의 현지금융까지 고려할 경우 실제 외채규모는 훨씬 늘어나게 된다.

통계상에 나타난 일부 지표들도 적신호를 나타내고 있다. 국가의 대외지불능력을 나타내는 외환보유고는 올 3월 292억달러. 96년말에 비해 40억달러나 줄어들었다. 지난해 월평균 수입액이 125억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대외지불능력이 2개월을 조금 넘는다. 이는 월수입액의 2.5∼3배로 되어 있는 국제통화기금(IMF) 권고치에도 훨씬 못미치는 수치다.

국민총생산(GNP)에 대한 총외채 비율은 94년 15.0%, 95년 17.3%, 96년 21.8%로 증가했고 총외채 대 경상외환수입액 비율도 94년 48.9%에서 95년 51.2%, 96년 65.8%로 늘어났다. 외환보유고로 단기외채를 감당할 수 있는 능력도 96년 8월 60%, 96년말 54.4%, 올 3월 45.4%로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 민간저축률은 88년 31.5%에서 96년 23.7%로 급락, 저축부족으로 인한 외자도입 필요성을 가중시키고 있다.

계속되는 경상수지 적자도 외채증가와 외환보유고 감소의 근본원인이 되고 있다. 지난해 경상수지 적자는 237억달러.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적자비율이 지난해 4.9%로 94년 외환위기 당시 멕시코의 7.8%보다는 낮지만 IMF의 경고치 5%에 거의 근접한 상태다. 올해 경상수지 적자는 130억∼150억달러로 지난해보다 줄어들 전망이나 투자가 부진하고 경제체질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 호전을 속단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그러나 정작 더 심각한 문제는 외채의 규모나 통계치 등 양적인 지표가 아니라 외채의 성격과 도입주체, 용도 등 질적인 부분. 특히 상환기간이 1년미만인 단기외채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것은 외채위기의 잠재적 요인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재경원에 따르면 올 3월 단기외채의 규모는 전체의 58.2%인 642억달러. 금융기관의 단기차입과 무역신용의 증가로 94년(304억달러)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다. 94년 멕시코의 23.5%보다도 훨씬 높다.

단기외채가 문제인 이유는 설비투자를 위한 장기외채와는 달리 「빌린 돈을 갚기 위해 또다시 돈을 빌리는」 악성부채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 특히 금융기관의 단기외채는 원리금 상환이나 외환보유고 확대 등으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아 더 문제다. 금융기관의 단기차입외채는 95년 279억달러에서 올해는 402억달러로 급증했다.

최근 달러환율이 급상승하면서 외환위기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급속한 평가절하로 인해 신규외자 도입이 어려워져 금융기관마다 비상이 걸린 상태다. 기업들의 「달러사재기」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해외차입여건 악화와 환율 상승 기대감 때문에 대기업들이 수출대금으로 받은 달러를 외화예금으로 보유, 환율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거주자 외화예금 규모가 6월 20억달러에서 8월말엔 33억달러로 늘어났다. 기업들의 환차손도 심각한 상태다. 환율상승으로 원화환산 실질부채가 급증, 기업재무를 악화시키고 있다. 여기에 외화자금의 유출까지 가속화할 경우 심각한 외채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심스런 전망이다.

금융시장 불안은 향후 외채위기를 유발할 가장 큰 위험 요소로 지적되고 있다. 연이은 대기업 부도와 경기침체로 은행과 종합금융사들이 파산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최근 제일은행과 종금사에 대한 한국은행의 특융은 사태의 심각성을 대변해 준다.

이러한 외채위기 징후에 대해 정부당국은 『우리 경제여건에 비춰 현재 외채규모는 충분히 수용할 수 있고 각종 지표상에도 뚜렷한 위기요인이 없다』며 외채위기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GNP 대비 총외채비율이 96년말 21.8%로 세계은행 기준상 저채무국에 해당하고 외채원리금상환부담율(DSR)도 5.8%로 개도국 평균(17.0%)보다 낮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3∼4년 후. 국제수지 적자와 대기업 부도, 금융부문의 부실화, 대외신인도 추락이 계속 이어진다면 외채위기는 충분히 가능하다. 더구나 상업차관과 채권시장 부문까지 금융시장 개방이 진전되면 해외자금유출과 헤지펀드의 공격 등 불안요인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외채위기 다시 올 것인가. 정부와 기업의 중지가 필요한 때다.<배성규 기자>

◎미 무디스사,불안정 A1 평가/떨어진 ‘한국 신용도’/차입금리 상승으로 외채상환을 더 어렵게 할수도

코리언 크레디트에 제동이 걸렸다.

한보 기아 부도 등 굵직굵직한 경제 사고와 불안한 외환시장, 경상수지 악화 등이 국내 금융기관의 신용에 치명타를 날렸다. 국제신인도 하락은 기업의 자금차입을 더욱 어렵게 하는 악조건. 신용 하락→자금 차입금리상승→기업의 자금난 심화→신용 하락의 악순환이 계속되다가는 해외 부채가 상환능력을 웃돌아 외채난을 부른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지난 2일 미 신용평가회사 S&P(Standard & Poors)는 일본에서 발표한 자료를 통해 『신한 한일은행의 신용등급이 A, A―에서 각각 A―, BBB+로 하향조정됐다』고 밝혔다. S&P는 또 『기업 장기신용 제일은행은 예전의 신용등급을 유지했으나 전망이 「불안정한」(negative) 것으로 하향조정됐다』고 밝혔다.

지난 7월에는 미 무디스사가 우리나라의 장기 국가신인도를 「안정적인(stable) A1」에서 「불안정한 A1」으로 하향조정했다. 이에 따라 산업 기업 주택 수출입 등 국책은행의 국제신용도도 「불안정한 A1」으로 떨어졌고, 외환 제일 등 4개 은행은 하향가능성 감시대상으로 지정된 상태다. 「한국의 금융기관과 기업의 재정건전성이 나빠지고 북한의 급격한 붕괴 가능성이 커진 것」이 신용도 하향조정의 이유.

재정경제원 관계자는 이에 대해 『우리나라의 국제 신인도가 하락했다고 해도 자금 차입에 문제가 있는 수준은 전혀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현재의 국제신인도 하락을 일과성 현상으로만 볼 수 없다. 해외자금시장에서 국제적인 신용평가등급은 곧 나라의 자금동원력을 재는 척도. 대외신인도가 떨어지면 해외자금차입이 어려워지고, 기업의 자금난이 더욱 심해져 다시 신용도 하락을 부채질하는 악순환의 시작일 수 있다.

실제로 기아사태 등으로 국제신용도에 비상등이 켜진 7월 이후 한국의 금융기관이 해외에서 돈을 빌릴 때 「신용위험도」에 따라 얹어주는 이자인 「코리언 프리미엄」이 크게 치솟았다. 예전에는 0.85∼0.9%(미 고정금리 기준) 가량 얹어주던 10년 상환 장기자금 가산금리가 최근에는 1.2%로 올랐다. 예전보다 0.4% 정도의 이자를 더 부담해야 달러를 빌릴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금융연구원 경제동향팀 최공필 박사는 『나빠진 경제조건이 이미 반영됐으므로 더이상의 악재가 없는 한 신용도가 더 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으나 『기아사태 등 국내 경제의 불안 요인이 빨리 해결되지 않으면 대외신인도 하락이 기업의 부채상환능력 상실, 외환난 등 더 큰 문제를 부를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김경화 기자>

◎경제연구소들의 진단

■외채규모

『올해도 외채가 150억∼200억달러 가량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외채증가속도가 이런 상태라면 몇년안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대우경제연구소>

■외환보유고

『외환보유고가 부족하면 경상수지 적자 누적시 대외결제에 곤란을 겪을 수 있다』<삼성경제연구소>

■단기외채의 증가

『지불능력에 문제가 없으려면 단기외채의 비중을 전체의 30∼40%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현대경제사회연구원>

■금융기관부실화

『국내은행은 부실채권을 정상화시키는데 최소한 24조원이 필요하다. 이러한 금융기관의 부실화는 대외신용도를 떨어뜨려 해외자금조달을 더욱 힘들게 하고 외채상환 불능상황까지 연결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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