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지만 내 청춘은 그렇게 흘러갔다”중견시인 이시영(48·창작과비평사 부사장)씨가 7번째 시집 「조용한 푸른 하늘」(솔 발행)을 냈다. 민족민중문학권의 한가운데 있던 시인, 「자고 나면 싸움이었고 자고 나면 연대 투쟁이었으며 성난 이마엔 상처가 늘어났다. 미안하지만 내 청춘은 그렇게 흘러갔다」(「저녁의 시간」중에서)고 회고하는 시인 이씨의 시는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
그가 일상에서 무심히 길어올린듯한 짧은 시구들은 삶에 대한 빛나는 통찰이 맑은 서정과 얼마나 아프도록 아름답게 결합할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 「찬 여울목을 은빛 피라미떼 새끼들이 분주히 거슬러오르고 있다./ 자세히 보니 등에 아픈 반점들이/ 찍혀 있다.// 겨울처럼 짙푸른 오후」(「생」 전문). 등에 아픈 반점이 찍힌 채 여울을 거슬러오르는 피라미떼 새끼들, 그의 눈에 비친 우리의 삶은 그런 것이다. 한편 그는 나날이 반복되는 우리의 자본주의적 일상에서 여전히 죽음의 징후를 본다. 「나는 저렇게 수많은 싱싱한 생명들이 한 순간에 죽음의 낯빛으로 바뀌는 것을 본 적이 없다」(「에스컬레이터에서」 전문), 「나는 죽음이 이처럼 수많은 사람들을 싱그러운 활력으로 넘치게 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지하철 정거장에서」 전문).
30여년 시작활동에서 응축된 그의 시편들은 더 붙이거나 꾸밀 것도 없는, 이즈음의 가을하늘 같은 것이다. 「우주의 어떤 빛이 창 앞에 충만하니/ 뜨락의 시린 귀뚜리들 흙빛에 몸을 대고 기뻐 날뛰겠다」(「가을」 전문).<하종오 기자>하종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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