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문화재에 깃든 웃음 해석『오대산 월정사. 넓은 마당에 우뚝 솟은 9층 석탑을 우러러보고 두 손으로 향을 사르는 석조보살상이 있다. 풍만한 얼굴에 반쯤 뜬 눈, 다소곳한 표정, 입 언저리에는 미소를 띠고 있다. 이 상을 두고 머리 부분이 너무 강조됐고 전체적인 비례가 맞지 않는다고 혹평하기도 한다. 돌을 떡 주무르듯 했던 신라말, 고려초 석공들 솜씨인데 그런 물건을 만들었을 리 없다. 그 이유는 달이 뜨고 봐야 알 수 있다. 낮에 보면 어설픈 그 미소도 달이 뜨면 천태만상으로 살아움직인다. 짧은 인중과 코, 두툼한 뺨의 그늘이 만들어주는 미소가 내면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간구자의 간절한 미소를 만든다. 보름 달빛 때 또 틀리고 상현달, 하현달 아래서 다시 한번 다르다. 달빛은 긴 것을 짧게도 굵은 것을 가늘게도 하는 신통력을 지녔다』(48쪽). 한국일보 편집위원이자 민속연구가인 김대성씨는 「문화유산에 담긴 한국의 미소」(대한교과서 발행, 9,000원)에서 우리 전통 웃음의 웅숭깊은 속내까지 들여다본다. 광화문 해태상, 까치와 호랑이에서 신라 토우여인상까지 조각 불상 공예품 그림들이 필자 특유의 푸근한 감수성과 안목을 만나는 순간, 천년의 세월을 잊고 멈췄던 그 미소를 되살린다.
김씨는 이 미소를 찾기 위해 평생을 발로 뛰었다. 그리고 이렇게 약속한다. 『웃음은 너그러움이자 여유이고 달관이자 평화입니다. 배를 움켜쥐고 한바탕 시원하게 웃는 원초적인 웃음보다 마음과 가슴을 열어주는 형이상학적 차원의 웃음, 그 웃음을 찾는 작업이었지요. 이번 분석작품은 60여가지에 불과해 아쉽습니다. 기회 닿는대로 속편을 엮어볼 생각입니다』<이광일 기자>이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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