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보다 제압 중시 우리정서 담은 무예”/학술적 가치도 높아올해 한 외국인이 연세대에 기증한 조선 후기 풍속판화. 사람들이 둘러선 가운데 씨름판이 한창이다. 엿장수도 보인다. 그런데 화면 오른쪽 끝으로 댕기머리 한 두 젊은이가 발을 엉거주춤 바깥 쪽으로 벌리고 손도 무릎 밖으로 허술하게 내놓은 채 마주 서 있다.
택견의 기예를 겨루는 모습을 그린 것이 분명하다 . 아마도 이 장면은 영화배우 김명곤의 지적대로 이렇게 묘사할 수 있으리라. 『「하나 둘 이크, 하나 둘 이크」. 구령소리가 익살맞다. 구령에 맞추어 팔을 가슴 앞에서 휘휘 저어대고 한 발을 앞으로 쑥 내딛었다가 뒤로 살짝 거두면서 허리를 가볍게 돌리는 몸짓이 영락없는 춤이다』(이용복 엮음, 학민사 발행 「민족무예 택견연구」 81쪽). 그러나 이 부드러운 동작은 곧 무서우리만치 빠르고 격렬한 발차기로 이어지면서 하늘을 찌른다.
택견에서는 요즘 격투기와는 달리 상대를 가격해 죽이는 대신 자신을 해치지 못하게 제압하는 것으로 끝내는 생명존중의 자세가 느껴진다. 학민사에서 90년부터 시리즈로 내고 있는 민족전통무예에 관한 책은 하나같이, 우리 민족 특유의 감수성과 호연지기를 담고 있다. 그것은 요즘 유행하는 무술이나 스포츠, 레저 따위에서 느낄 수 있는 것과 전혀 다른, 어떤 무아의 경지이다. 김학민 사장은 『무를 숭상하는 건강한 전통을 민족문화 지키기 차원에서 되살리고 전통무예를 현대 생활체육으로 널리 보급시키고자 하는 뜻에서 이 시리즈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최근 나온 양종언(의료보험연합회 부장)씨의 「팔금희」(9,000원)는 중국의 오금희를 발전시켜 사자 원숭이 매 용 봉황 뱀 곰 호랑이 등 8가지 동물의 동작을 무예로 변형시킨 것을 그림을 곁들여 설명하고 있다. 역시 자연에 순응하는 경지가 느껴진다.
앞서 나온 「한국의 전통무예」(임동규), 「우리 무예 이야기―다시 찾은 수벽치기」(육태안), 「택견」(이용복), 「무예사 연구」(임동규), 「태극권」(표충실), 「삶의 무예」(양종언), 「택견연구」(이용복), 「실연·완역 무예도보통지(무예도보통지)」, 「우리 활 이야기」(정진명), 「우리 검도의 원류」(박종률), 「독행도―칼의 역사와 무예」(한병철·한병기 공저)도 전통무예의 여러 분야를 깊이 있게 일러준다.
특히 작년에 나온 「…무예도보통지」는 정조 때 실학자 이덕무와 박제가가 창술 검술 권법 등 24반무예를 해설한 것을 무예연구가 임동규씨가 재현동작 사진 1,000여장을 곁들여 완역한 것으로 학술적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는다.<이광일 기자>이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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