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부처와 32개 기관에 대한 총리실의 보안관리 암행점검 결과를 보면서 우리는 놀라움을 금하기 어렵다. 총리실이 공무원들이 퇴근한 후 밤 10시부터 다음날 새벽 4시 사이에 단 한차례 실시한 암행 보안점검에서 250건의 규정위반 사례가 적발됐다고 하니 우선 위반사례가 너무 많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또 위반사례의 내용을 보면 이 정도로 엉망인가 하는 것들도 많다.통일원의 경우 중요대북정책비밀자료를 이중 잠금의 캐비닛에 보관하지 않고 방치하기도 했으며 경제부처와 외교관련 부처에서도 비밀문건인 대외통상자료를 부실하게 관리한 사례가 많았다는 것이다. 별도의 방을 쓰는 고위 공직자들이 국가기밀 문서를 책상 위에 놓아둔 채 퇴근하는 경우까지 있었다고 하니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인가. 이처럼 아무렇게나 관리한 국가기밀 문서 가운데는 유출될 경우 외교와 안보 및 통상 등 중대한 국익에 치명적인 피해를 초래할 중요문건도 끼여 있었다고 한다. 「아찔하다」 못해 불안감마저 든다.
도대체 우리 공직자들의 기강이 어쩌다가 이처럼 해이해 공무수행의 가장 기본인 문서의 보안관리마저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됐다는 것인가. 한 정권이 끝나가는 시점이어서 통치권에 권력 누수현상이 심화되는 때이기는 하다. 하지만 국민의 공복으로서 지속적인 행정서비스를 담당할 공직자들이 정치권에 신경을 곤두세우느라 기강이 해이되고 상과 하를 가릴 것 없이 국가기밀 문서마저도 아무렇게나 관리할 지경에 이르렀다면 그것은 여간 큰일이 아니다. 공직자들의 이러한 해이한 근무자세로 미뤄 본다면 그들이 국민을 위해 새로운 정책을 개발하고 행정 서비스를 높여 공직의 소임을 다해 주기를 기대하는 것이 아예 무리인지도 모른다.
특히 이번 보안관리 암행 점검결과는 기강해이의 한 예에 불과하지만 정치변혁기만 되면 으레 무사안일에 빠지고 복지부동하게 마련이라는 공직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감을 더욱 증폭시키는 계기가 되기에 충분하다. 때문에 총리실은 공직의 기강을 바짝 조이는 대책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국익을 저해할 주요 기밀문서의 보안관리도 제대로 못하는 공직자라면 상하를 따질 것 없이 엄중 문책해야 한다. 「경고」나 하고 부처별로 보안점검 강화만 지시하는 것으로 끝내서는 안될 일이다.
또한 대선이 불과 두달 앞으로 다가왔고 이 정권의 임기도 4개월여 남았다. 엄청난 변혁기에 공무원들이 부정과 부패에 빠져들고 자신의 보신에만 매달린다면 행정마저 정치처럼 흔들릴는지 모른다. 공직자들이 공무에 전념하도록 기강을 세워 행정만이라도 제대로 수행되게 하는 일이야말로 국무총리와 행정부가 해야 할 제일의 과제가 아닌가 한다. 총리와 각료들의 분발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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