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개입의혹·대선자금문제 등은 규명안돼/형량 ‘하한선’ 선고로 항소심선 집유기대 가능대통령의 아들인 김현철씨에게 실형선고가 내려졌다. 대통령의 아들도 법을 어기면 처벌받는다는 「법앞에 평등」의 원칙을 확인한 것이다.
담당재판부인 서울지법 형사합의30부(재판장 손지열 부장판사)는 13일 현철씨에게 적용된 알선수재죄와 조세포탈혐의에 대해 대부분 유죄를 인정, 3개월여의 1심공판을 마무리했다.
재판부는 현철씨에게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했지만 형량산정에 상당히 고심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철씨에게 선고할 수 있는 법정형량은 최하 징역 5년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작량감경을 통해 검찰의 구형량(징역 7년)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징역 3년을 선택, 형량은 「하한선」까지 깎아주었지만 집행유예는 선고하지 않았다.
법조계에선 1심재판부의 3년형 선고로 현철씨가 항소심에선 집행유예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있다.
재판부의 이번 판결은 법리적으로도 상당히 파격적인 내용을 담고있다. 사법사상 처음으로 정치자금 수수행위에 대해 조세포탈죄를 인정, 음성적인 정치자금 수수관행에 쐐기를 박았다.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되면 법적절차를 거치지 않은 검은 돈의 거래를 처벌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지금껏 정치인이 개인자격으로 활동비(떡값)를 받으면 처벌할 수 없는 정치자금법의 허점탓에 음성적 자금거래는 법적인 방치상태에 있었다.
물론 떡값처벌은 돈세탁 등의 부정한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는 단서조항이 붙어있긴 하나 정치권의 자금수수 관행에 근본적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재판과정에서 변호인은 다른 정치인과의 형평성과 고의가 없었다는 점을 내세워 무죄를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정치자금으로 돈을 받거나 소비했더라도 법률상 증여와 이자조로 수수한 이상 과세를 면할 수 없고 돈세탁과 헌수표 교환 등 부정한 방법을 동원한 것은 고의를 인정하기 충분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알선수재혐의에 대해서도 독특한 해석을 했다. 재판부는 현철씨가 대호건설 사장 이성호씨에게서 활동비조로 월 5,000만원씩 받은 12억5,000만원은 『뇌물이 아니라 이자조의 자금』이라며 검찰의 공소사실을 배척했다. 『이자조의 자금이 아니다』라는 이성호씨의 법정진술도 인정하지 않은 것. 그러나 재판부는 『이성호씨가 위험부담을 안고 실명전환을 시켜 주고 매월 이자조로 5,000만원을 준 것은 현철씨에게 무형의 경제적 이익을 준 것으로 특가법상의 「금품이나 이익」에 해당한다』며 검찰과는 다른 논리로 알선수재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또 두양그룹 김덕영 회장이 신한종금 송사와 관련해 현철씨에게 모두 15억원을 주었다는 검찰의 공소사실도 『구체적인 청탁이 없었고 법원의 재판은 청탁할 수 있는 사항도 아니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한편 현철씨와 관련해 문제가 됐던 국정개입의혹과 대선자금문제는 1심 재판에서도 전혀 규명되지 않았고 현철씨는 법정에서 보유중인 70억원에 대해 사회환원의사를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현철씨가 1심결과에 불복할 경우 3개월여가 걸린 1심기간을 감안하면 최종확정 판결은 이르면 현정권의 임기말인 내년 1∼2월께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이태희 기자>이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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