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축열냉방장치 연구하다 아예 회사차려 “승승장구”정부산하기관인 생산기술연구원에 근무하다 올 6월 (주)EnE라는 벤처기업을 세워 독립한 유제인(44) 사장은 국내 처음으로 스핀오프제에 의해 탄생한 새내기기업인이다. 스핀오프제란 회사나 대학 연구소 근무자가 특정분야의 기술을 갖고 이 기술을 활용해 아예 회사를 만드는 것이다. 연구인력의 창업부담을 덜기위해 기존 직장에서 일정기간 휴직을 허용하고 본인이 희망할 경우 복직을 보장하는 등 회사차원에서 창업을 적극 지원한다. 당초에는 국공립대 교수나 연구원들은 영리사업을 할 수 없었고 민간연구소도 회사를 그만두기 전에는 창업이 사실상 불가능했으나 정부가 스핀오프제를 만들어 창업의 길을 텄다.
유사장이 연구원 시절 몰입했던 연구과제는 빙축열냉방시스팀. 이 시스팀은 전기요금이 평상시의 3분의 1정도인 심야시간에 얼음이나 냉수를 생산, 저장했다가 이를 낮시간의 냉방에 이용하는 설비로 현재 거의 대부분을 수입하고 있다. 유사장은 자신의 연구과제를 갖고 후배 연구원 1명과 함께 빙축열냉방시스팀을 만드는 회사를 세웠다.
자본금 2억원으로 출범한 이 회사는 창업 이틀만에 현대중공업의 협력업체로 지정받아 연간 10억원어치를 납품키로 하는 등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다. 유사장은 또 창업 4개월여동안 신기술 창업투자회사 3곳과 투자협의를 벌이고 있으며 통산부로부터는 신기술보육사업으로 결정되기도 했다. 특히 과학기술처의 국산 신기술 인증(KT)도 얻었고 첨단기술인에게 수여하는 IR52장영실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유사장은 또 이스라엘의 벤처기업과 공기압축기분야의 획기적인 제품개발에 관해 협의중이며 독일의 한 회사와도 제품개발은 물론 공동판매에 관해 합의단계에 와 있다. 빙축열 냉방장치의 핵심부품인 아이스 봉을 수출하기 위해 미국의 대형업체와 협의를 벌이고 있다. 창업 4개월밖에 안된 기업이지만 세계화에서 이미 상당수준에 올라있는 셈이다.
『전량 수입에만 의존해온 기술을 처음으로 국산화하니 국내에서 수요처를 확보하기가 가장 어렵습니다. 그러나 현대중공업이 외국기술을 완전히 배제한 채 EnE의 기술을 활용키로 해 힘을 얻고있고 통산부의 지원도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고유기술에 의한 아이스 봉이 본격 납품되는 내년 가을께부터는 돈도 좀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스핀오프제에 따라 유사장이 연구원과 맺은 조건은 3년 휴직. 유사장은 그러나 3년 휴직이 끝난 뒤 다시 돌아갈 지는 미지수다. 사업이 잘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가장 좋은 인사가 「퇴직하십시요」라고 합니다. 스핀오프제 1호로서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 유사장은 「스핀오프제 1호 사장」으로의 자신감을 보였다.<이종재 기자>이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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