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혜택 확대위한 저 의료수가 정책에 전문가질 떨어진다면 되레 국민건강 걱정이 이야기는 되도록 쓰지 않으려 했던 주제다. 왜냐하면 『역시 의사란 놈들은 돈밖에 몰라』라는 험담을 들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얼마전 선배의사가 병원 난방시설을 점검하려고 과거에 난방공사를 했던 회사에 연락해서 기술자들을 불렀다고 한다. 두시간 동안 이곳 저곳을 만져보고 부속품 하나를 갈아 끼우더니 15만원은 부속값이고 45만원은 인건비라면서 모두 60만원을 요구했다고 한다. 인건비가 비싸다고 했더니 기술자들의 협정요금이라 어쩔 수가 없다고 하더란다. 더구나 『이런 일을 아무나 할 수 있는 줄 아느냐』며 오히려 큰소리를 치더란다.
그 순간 그 선배의 비위가 동했다. 『도대체 당신들이 얼마나 고급기술자이기에 한 사람당 한 시간에 7만5,000원을 받는단 말이오. 나도 6년간 대학을 다니고 거기에 5년을 더 수련을 받고 국가에서 치르는 시험에 합격한 전문의인데 내가 한 시간 꼬박 환자의 병과 씨름을 해야 국가에서 인정하는 의료수가가 2만5,000원 남짓이오. 당신들이 파이프 좀 두드려 보고, 스위치 점검하고 부속 하나 갈아 끼운 것 밖에 없는데 시간당 7만5,000원이라니 말이 됩니까? 그나마 일하다 말고 담배 피우고, 커피 마시고, 잡담하고 실제 일한 시간은 한 시간도 채 안됩니다. 시간당 2만5,000원으로 계산해서 주겠소』 그랬더니 『우리가 거지요? 말도 안돼요』라면서 화를 내고 가더란다.
요즈음 나는 치과치료를 받고 있다. 한번 치료에 한 시간쯤 걸린다. 전문의 한 사람, 전공의 한 사람(전공의라지만 그도 사무실 하나 빌려서 치과의원을 개원할 자격이 있는 어엿한 치과의사다)과 옆에서 기계를 대주고 여러가지 수발을 드는 간호보조사, 이렇게 세 사람이 쉬지 않고 치료를 한다. 그러고 나서 내가 받은 치료비 명세서에는 마취료를 포함해서 몽땅 2만5,000원이라고 적혀있다. 이 금액은 감면된 액수가 아니다. 이 중에서 내가 내는 돈은 창피해서 밝힐 수가 없다. 사람값이 이렇게 헐할 수가 없다. 이 치료비를 내면서 내가 느끼는 감정은 싸게 치료해서 고맙다는 마음보다 『내 잇몸이 2만5,000원짜리 밖에 안되는구나』와 『의료인 세 사람의 한 시간 수고비가 2만원밖에 안되나』하는 자괴감이다. 그러나 치료받을 때는 그렇게 싸던 사람의 몸값이 교통사고나 의료사고로 죽기라도 하면 별안간 억대로 치솟는다. 우리나라에서는 산 사람보다 죽은 사람의 몸값이 더 비싸다.
이런 일이 일어나는 근거는 다음과 같다. 건강은 국민의 기본권이기에 누구나 싸게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니 의료수가는 싸야 한다.
이 논리의 허구성을 다음의 예화로 대신한다. 어느 목사님의 말이다. 『한때 목사의 인기가 아주 낮았다. 그래서 「공부를 못하니 신학교에나 가라」는 농담이 있었다. 그때 신학교를 다닌 사람들이 지금 지도자가 되었으니 문제가 안 생길 수가 없다. 나도 그 중의 한 사람이지만…』
그 목사님이 좀 지나친 말을 했다고 생각한다. 그분 나름으로 자신이 속한 집단의 문제점을 심각하게 생각했고, 그 심경의 일단을 이렇게 표현한 것으로 믿고 싶다. 그러나 한때 성직자 지망생이 모자라고 공부 못하는 학생이 몰린 것도 사실인 모양이어서 어떤 신학교는 정원미달이 되어도 일정수준이상의 학생만 선발하기도 했다.
이런 맥락에서 『야 너 그렇게 공부 안하다가는 의과대학 밖에 못가』라는 말이 부모들 입에서 나올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섬뜩해진다. 전공의 선발과정에서, 의대생들의 실습과정에서, 사실은 이런 조짐을 많이 볼 수가 있다. 의사의 일부 직종, 특히 의료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내과 소아과 일반외과는 이미 의대생들의 기피종목이 된지 오래다. 국민건강을 책임져야 할 전문가의 질이 점차 나빠지고 있다는 뜻이다.
앞으로의 국민의료가 걱정스럽지 않을 수 없다. 사족 한마디. 요즘 정치판을 보면 옛날 부모들이 『너는 양심도 별로이고, 거짓말도 잘하고, 비전도 없으니 정치가나 되거라』라고 하지나 않았는지 의심이 갈 때가 있다.<삼성서울병원 정신과>삼성서울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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