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초입부터 폭로전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번 대선이 TV토론회 등 미디어정치에 힘입어 한단계 성숙되가는가 싶더니 난데없이 폭로전이 기세를 올리고 있다. 안방에 앉아서 후보의 이모저모를 들여다보고 차분하게 관전을 하려던 국민은 서로가 할퀴고 물어뜯는 공방에 싫증을 낼 만도 하다. 『선거가 빨리 끝나 버렸으면 좋겠다』라는 탄식이 절로 나오는게 무리가 아니다.폭로전은 오로지 승리만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폭로는 또 꼬리를 물게 마련이다. 한쪽에서 폭로하면 다른 쪽에서 역폭로로 반격을 한다. 폭로와 반격, 폭로와 역폭로의 와중에서 후보의 품격은 퇴색하고 정책대결의 장은 사라진다. 이기고 보자는 살벌한 공방속에서 녹아나는 것은 선거의 주인인 국민이다. 선거전을 바라보는것 자체가 지긋지긋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폭로는 민주주의의 축제여야 할 선거를 더러운 진흙밭 싸움으로 몰고간다. 당선자는 있을지 몰라도 승자는 없다. 공동패자만 있을뿐이다. 당선자는 결코 축복받지 못한다.
더 무서운 것은 선거후에 나타날 엄청난 후유증이다. 폭로전의 후유증은 마치 환경오염과 같다. 오염은 순식간에 간단히 이뤄지지만 훼손된 자연을 원상으로 복원하자면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한다.
지역일꾼을 뽑는 지자체선거나 국회의원선거에서 우리는 많은 선거후유증을 보아왔다. 선거가 끝난 뒤 이웃사촌이 서먹서먹 해지고 오손도손한 동네가 사분오열돼 버리고 만다. 동네선거나 국회의원선거가 이러할진대 하물며 국가지도자를 뽑는 대선의 후유증은 국가차원의 손실을 예고한다.
국민통합은 실종될 것이고 새정부는 출범부터 후유증 때문에 주춤거릴 수 있다. 국민의 정치에 대한 혐오가 깊어 질 것임은 물어보나 마나이다.
정치권은 이제라도 진흙밭 싸움을 자제해야 한다. 진흙밭에서 서로 나뒹구는 싸움은 더럽고 추잡해 관전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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