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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조짐 「대학보다 학과」(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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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조짐 「대학보다 학과」(사설)

입력
1997.10.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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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턱대고 서울대로만 몰리던 고득점 수험생들이 오는 대학입시에서는 중상위권대학의 유망학과를 선호해, 고득점자들의 서울대 집중 현상이 크게 완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서울의 한 입시학원이 수능시험 모의고사 응시자 40만여명을 대상으로 지원희망학과를 조사한 결과, 모의고사성적이 300점 이상인 고득점자중 서울대 지원희망자는 68.3%로 지난해의 75.7%보다 7.4%포인트 감소했다는 것이다. 계열별 감소폭은 인문계열이 2.3% 줄어든데 반해 자연계는 12.1% 줄었다.이같은 「서울대 집중」완화 조짐을 표면상으로 보면 날로 심각해지는 대졸자 취업난속에서 「서울대 간판」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취업난의 반작용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럴 바에야 위험을 무릅쓰고 서울대의 원하지 않는 학과에 지원하느니보다 차라리 중상위권 대학의 취업전망이 밝은 특성화 학과에 하향지원하는 것이 입학도 보장받고 졸업후의 취업에 득이 될 것이라는 실리 추구로 해석이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서울대 집중의 완화 조짐이 갖는 의미는 훨씬 크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전국의 수재들이 지나치게 서울대에 집중하는 현상은 이 나라 대학발전과 고교교육현장에 너무나 많은 문제점을 야기했다. 수재들의 서울대 집중 현상은 모든 대학들로 하여금 학과 설치 등 대학운영에서 서울대만을 흉내내게 됐다. 대학의 특성화와 다양화의 걸림돌이 됐던 것이다. 서울대로 하여금 현실속에 안주하면서 발전의 노력을 게을리 하게 한 요인이 되기도 했다. 우수한 인재의 집중이 「서울대 최고」란 명성을 누리게 했다는 것이다. 고교교육현장이 서울대입시요강에 놀아날 수 밖에 없었던 것도 서울대에 몇명을 합격시키느냐는 게 평가의 척도가 됐기 때문이다. 과열과외의 근원도 서울대를 가기 위한 것이랄 수 있다.

수재들의 서울대 집중현상에 대한 책임을 서울대에 구태여 물을 이유는 없다. 우리 사회,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학부모들이 간판위주의 출세주의 교육관에 너무나 오랫동안, 그리고 너무 깊게 빠져 있었다는 몰지각이 서울대 집중의 핵심 원인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그 몰지각에서 깨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고득점수험생들의 서울대 집중 완화조짐은 여러 대학의 특성화가 거두는 1차적 결실이라고 할 수 있다. 중상위권 대학에도 서울대의 어떤 학과보다 나은 학과가 생겨 났다는 반증인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현상은 중상위권 대학은 더 말할 것도 없고 하위권 대학들로 하여금 특성화만 잘 하면 서울대에 몰리던 수재도 끌어올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 줘 대학의 특성화를 가속화하는 새로운 전기가 될 게 틀림없다.

서울대로 하여금 수재들을 더 이상 놓쳐서는 안된다는 위기의식을 불러 일으켜 분발하게 하는 기회가 됐으면 하는 기대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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