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사태 첫 사례… 해외부실 국내전염 경계해야국내 기업들의 해외채무와 이를 빌려준 외국금융기관들의 동태가 자금난을 겪고 있는 한계기업의 도산에 새로운 불씨로 작용하고 있다.
11일 한국은행과 금융계에 따르면 국내기업과 외국현지법인들의 해외채무총액은 작년말 현재 약 460억달러(41조5,000억원)에 달하며 지금은 500억달러에 육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쌍방울의 최종부도위기(10일)는 해외에서 진 빚에 의해 기업이 쓰러질 뻔한 첫 사례란 점에서 이같은 해외채무는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진로 대농 기아 등 기존 기업도산은 한결같이 국내 금융기관의 무차별적 여신회수에서 비롯된 것이었다』며 『그러나 쌍방울 사태를 계기로 해외채무가 기업생존의 새 변수로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쌍방울은 국내 종금사들이 채권행사자제를 이미 선언한 상태여서 비교적 순조로운 정상화가 기대됐었다. 그러나 쌍방울의 미국 현지법인에 1,000만달러를 꿔준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가 지급보증을 선 (주)쌍방울에 대지급을 요청하면서 부도직전상태에까지 몰린 것이다. 쌍방울 관계자는 『국내 채권자만 설득하면 위기를 넘길 것으로 생각했는데 해외에서 상환압력이 들어올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금융계는 국내기업의 해외채무구조와 관련, 몇가지 문제점을 지적한다.
첫째, 국내 모기업과 해외 현지법인간 거미줄같은 지급보증관계다. 몇몇 재벌그룹을 제외하곤 대부분 현지법인들은 신용도가 낮아 현지에서 돈을 빌리더라도 국내 모기업의 지급보증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해외의 부실이 그만큼 국내로 「전염」될 확률이 높은 셈이다.
둘째, 불리한 대출약정다. 외국은행들은 국내기업에 대출시 「상환능력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만기전에 다른 계열사에라도 채무를 조기상환청구한다」는 이른바 「크로스 디폴트(Cross Default)」조항을 달아놓고 있다. 진로 기아 등도 부도유예협약에 회부되자 해외채권자들이 「크로스 디폴트」조항발동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쌍방울도 현지법인의 상환만기는 11월과 내년 1월이었으나 국내 계열사(쌍방울개발)의 1차부도가 발생하자 조기대지급을 요청했다. 한 외국은행 관계자는 『부도유예협약이나 채권행사자제같은 행동을 외국채권자들은 이해하지 못한다』며 『기업들로선 국내 금융기관 뿐 아니라 해외채권자를 설득하는 노력이 필요하며 그렇지 않으면 국내 금융기관의 여신회수 아닌 해외채무상환 압력 때문에 부도위기를 맞을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국내 기업에 총 4조원의 대출을 제공하고 있는 외국은행 한국지점들은 기아사태이후 일부 한계기업의 여신을 집중회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모 외국계 은행간부는 『본사로부터 재무구조 취약기업의 여신을 줄이라는 요구가 게속되고 있다』며 『이 때문에 거래를 끊은 기업중엔 10대 재벌도 포함되어 있다』고 말했다.<이성철 기자>이성철>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