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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의 전통요법과 온천요법(유라시아 장수촌을 찾아서: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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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의 전통요법과 온천요법(유라시아 장수촌을 찾아서:6)

입력
1997.10.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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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젖·양·과일 “음식이 곧 명약”/몽골 전통요법의 특징/약 분량은 적게 탕약 거의 안써/5가지 약재넣고하는 약욕 성행/낙마치료는 정골요법·진뇌술로/굵은 침사용 사혈요법 보편적네이멍구 자치정부 위생처 직원들의 설명에 따르면 몽골 전통의학이나 몽의술은 정치적 차원에서 볼 때 중국정부의 소수민족 정책과 맞물려 변천해 왔다. 문화혁명 당시 지식계급에 속했던 몽의사들의 활동은 중단됐고, 앞회에서 언급한 지그메트 교수 같은 사람은 오랫동안 옥고를 치렀다.

몽골민족은 오늘날 주로 세 곳에 흩어져 살고 있다. 네이멍구 자치구에 약 500만명, 몽골에 200만명 이상 살고 있다. 또 카자흐스탄이나 우즈베키스탄, 신장(신강), 칭하이(청해)성 등지에 약 300만명이 거주하고 있다. 이들이 한때 세계를 지배했던 몽골제국의 후예임을 생각하면 역사의 무상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1. 원나라와 소주

몽골의 전통의학도 13세기 칭기즈칸과 원나라의 출현에 힘입어 크게 융성했지만 이제 중국의 중의학에 가려 빛을 제대로 내지못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고려 때 몽골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했다. 고려와 원나라 조정은 혼인으로 연결돼 한 집안같이 지내면서 문화교류를 했다. 특히 충렬왕 이후 고려에 시집온 원나라 공주출신 왕비가 아프면 으레 원나라 의사를 불러 원의들의 왕래가 빈번했다. 원나라 세조 쿠빌라이가 병이 나면 고려의 명의 설경성이 직접 가서 치료했다.

오늘날의 소주에 해당하는 「아라지(아나길)」라는 술은 이규경의 「오주연문장전산고」에 나오듯 원나라에서 들어온 알코올 증류법과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원래 과일이나 곡식으로 만든 술을 다시 증류해서 알코올을 만드는 증류법은 아라비아 명의 아비젠나가 발견한 것이다. 그 후 원나라 사람들이 알코올 증류법을 배워 소주를 만들었고, 고려 공민왕때 우리나라에 들어와 보편화했다.

지금도 경상도나 전라도에서는 소주를 만들 때 냄새가 풍기면 「아라기 냄새가 난다」고 하며, 소주를 만들고 남은 찌꺼기를 「아라기」라고 한다. 또 개성에서는 소주를 아직도 「아락술」이라고 부른다. 이런 점으로 미뤄 소주를 아라비아에서 넘어온 것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

이수광이 쓴 「지봉유설」에도 소주는 원나라 때 들어온 것으로 기록돼 있다. 오늘날에도 남쪽지방에서는 제주로 막걸리나 청주를 사용하지만 소주는 쓰지 않는다. 이런 습관은 소주가 외국에서 들어온 것이기 때문이라고 여겨진다.

또 이 시기에 서역이나 남방에서 생산된 여러가지 약재들이 원나라를 통해 수입됐고 사탕같은 것도 들어왔다는 기록이 있다. 그러나 원나라가 망하고 주위안장(주원장)이 옌징(연경)에 남아있던 원나라 순제를 몰아내면서 몽골 전통의학도 영향력이 급속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2. 몽골 전통요법의 특징

네이멍구에서 몽골 전통의학의 이론정립에 힘쓰고 있는 지그메트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몽골 전통요법의 첫 번째 특징은 약의 분량이 적고 탕약을 거의 쓰지 않는다는 점이다. 몽골 전통의학병원의 조제실에 가보면 약의 분량이 적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요즘은 도시에서 사는 사람들이 점차 늘고 있지만 몽골사람들은 전통적으로 말을 타고 양을 치면서 사는 유목민이다. 유목생활은 목초가 많은 곳을 따라 이동해야 하므로 탕약이나 분량이 많은 약을 먹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몽골 의사들은 적은 분량의 약으로 병을 고치도록 힘써왔다.

두 번째 특징은 독특한 식양법이다. 원나라 왕실의 조리사가 1330년에 펴낸 「음선정요」에 서술한 것처럼 몽골인들도 음식으로 병을 치료하려고 애썼다. 이들은 아직도 말 젖으로 만든 마유주와 여러가지 유제품, 양고기, 과일 등을 써서 병을 치료하려고 노력한다. 유목민들이 사는 시골에 가보면 마유주 양조 광경을 볼 수 있는데, 마치 40∼50년전 우리나라 시골에서 소주를 만들던 것과 비슷하다. 우선 말 젖으로 막걸리 비슷한 술을 담궈 증류한 뒤 마유주를 만든다. 치료할 때는 마유주는 물론 증류하기 전의 술도 함께 사용한다.

세 번째로는 티베트나 칭하이성의 치료법과 마찬가지로 자연온천욕이나 약을 넣고 목욕하는 약욕요법을 들 수 있다. 몽의병원에는 반드시 우리나라 대중탕과 비슷한 목욕탕이 있다. 약초를 넣고 목욕하는 광경은 우리나라 쑥탕과 흡사하다.

티베트의 약욕요법과 다른 것은 다섯가지 약을 사용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 곳의 약욕은 특별히 오천이라 불린다. 쓰이는 약재는 자백, 마황, 소백호, 동청, 하백 등이다.

원래 몽골이나 중앙아시아는 겨울에 춥고 여름엔 덥다. 특별한 온천을 제외하면 자연적으로 얻을 수 있는 물이 흔치 않다. 네이멍구의 수도 후허하오터도 인구가 10만이 넘지만 모두 지하수를 끌어올려 쓴다. 필자가 호텔에서 저녁마다 목욕을 했더니 3∼4일후 피부가 가렵고 아팠다. 알고보니 이 고장 지하수는 비누거품이 나지 않는 센물이었다.

한 낮에 돌아다니다 보면 땀이 나지만 이동식 텐트인 파오(포)에 들어서면 땀이 곧 마른다.

물론 개화한 오늘날의 몽골사람들은 그럴리 없겠지만 어쨌든 목욕을 자주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땀이 나도 곧 말라버려 목욕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을 때가 많다. 파오는 30분이면 설치할 수 있다. 그만큼 이동이 간편하고 유목생활에 편리하지만 땅바닥에서 스며드는 습기나 차가운 냉기는 막지 못한다. 양털을 깔고 자도 습기나 추위를 막기에는 부족하다. 그런 탓인지 이 고장에서는 어깨가 결리고 허리나 관절에 병이 생기는 사람이 많다. 이런 풍토 때문에 온천욕이나 약욕요법이 생겨났다.

네 번째로 꼽을 수 있는 것은 전통적인 정골요법이나 진뇌술이다. 진뇌술은 뇌진탕이나 내장에 손상을 입었을 때 효험이 있다고 한다. 네살만되면 말을 타다보니 뇌진탕이 흔할 수 밖에 없다. 다섯 번째는 병이 났을 때 피를 뽑는 사혈요법이다. 이 때문인지 몽골의 침은 무척 굵은 편이다.

◎몽골의 온천요법/류머티즘·불면증·당뇨병 등에 효험

3. 온천요법

몽골에는 자연적으로 솟아나는 온천이 많다. 티베트와 마찬가지로 이 곳도 온천을 질병치료에 이용한다. 온천은 대개 사냥꾼들에 의해 발견됐다. 아직도 전설로 전해지는 구전에 따르면 옛날에 한 사냥꾼이 있었다.

사람이 살지 않는 광야에서 야생의 산양에게 활을 쏘아 상처를 입혔는데, 산양이 숲속으로 사라졌다가 얼마 후 멀쩡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그 산양이 달아났던 길을 뒤쫓아 가서 여러가지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온천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아직도 몽골에는 마음의 병을 치료하거나 머리, 눈, 귀, 코, 간, 위 등 신체 각 부위에 생긴 질환을 고친다는 온천이 흔하다. 또 몸을 깨끗이 해준다는 온천도 있다. 실제로 여름이면 많은 사람이 온천욕을 하기 위해 몰려든다.

몽의학원의 한 교수는 몽골 온천을 성분에 따라 단순천, 식염천, 유황천으로 구분했다. 이런 온천들은 실제로 신경통, 류머티즘은 물론 불면증, 관절염 등에 효과가 있다. 식염천의 물은 마시기도 하는데, 만성위장병, 기관지염, 당뇨병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경성 위장병, 위산과다, 위경련, 신장병 치료에도 도움이 된다. 유황천은 피부병과 각종 중독증세, 이비인후과 질환, 기관지 천식 등에 좋다.

우리나라에서도 치료가 어려운 만성병에 걸리면 요양의 효과도 거둘겸 온천을 많이 이용해 왔다. 쑥탕이나 한증막도 자주 이용한다. 서양의학의 물리요법 뿐아니라 이같은 전통적인 약욕법·온천요법을 보조수단으로 활용할 것을 권장할만 하다. 물론 전염성질환, 피부병, 갑상선질환, 결핵에 걸린 경우는 약욕법이나 온천요법이 오히려 나쁠 수 있다.<허정 서울대 보건대학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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