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대표적 출판사의 하나인 고단샤(강담사)는 9일 의미심장한 책 한권을 서점에 내놓았다. 2차대전 당시 독일 지멘스사의 중국 난징(남경)지사 책임자이며 나치 간부였던 존 라베의 생생한 체험담을 담은 「난징의 진실」이란 책이다. 이 책은 1937년 난징 대학살때 일본군이 자행했던 끔찍한 만행을 생생하게 증언하고 있다.이 책의 출판에 주목하는 이유는 충격적인 내용 때문만이 아니다. 그 내용은 이미 지난해 미국언론에 의해 보도돼 세계를 경악시킨 바 있다. 최근 미국이 일본의 전쟁범죄자를 입국금지 조치한 것은 「존 라베의 증언」의 영향이 크다는 사실을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다. 관심의 초점은 이 책을 읽을 일본인들의 반응이다.
조금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현재 일본의 기성세대는 과거의 잘못된 역사를 최대한 덮어두려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전후세대는 과거 일본이 저지른 잘못을 거의 알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난징대학살 사건만해도 일본의 보수주의자들은 『일본이 그렇게 나쁜 일을 했을 리가 없다』며 부인하고 있다. 비인간적인 생체실험을 일삼았던 「731 부대」에 대한 교과서 기술이 합법 판정을 받은 것은 바로 지난 8월의 일이다. 많은 지역의 지자체 의원들은 일본정부가 그나마 인정하게 된 「군대위안부」의 교과서 기술에 관해 『학생들에게 일부러 잔혹한 사실을 가르쳐 줄 필요가 없다』며 삭제를 결의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의 젊은 세대들은 기성세대의 「배려」에 의해 잘못된 자신들의 역사로부터 철저히 차단당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미국을 다녀 온 한 일본인 젊은이는 미국 TV가 2차대전중의 일본군 만행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방영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다른 나라 사람들이 그것을 보고 일본인들을 비판하는데 일본사람들만이 그 사실을 모르고 있다고 생각하니 부끄러웠고 바보가 된 듯한 느낌이었다』고 털어 놓았다. 그 뒤로 그는 일본의 침략을 반성하는 민간단체에 가입해 자신이 모르고 지나쳤던 자신들의 역사를 공부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최근 본지와 인터뷰를 한 오구라 가즈오(소창화부) 신임 주한일본대사는 올바른 역사인식을 강조하며 『반성도 자신의 잘못이 무엇인지 알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거」를 숨기고 있거나 혹은 모르고 있는 일본인들이 당시 동맹국이었던 독일의 나치간부가 객관적으로 증언하는 「난징의 진실」을 접하고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도쿄>도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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