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확전땐 맞대응”김대중 국민회의 총재가 7일 하오 신한국당의 비자금 공세를 보고받고 보인 첫 반응은 『난센스로 가소롭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김총재는 곧 사안의 중대성을 헤아렸다. 김총재는 8일 실명제 실시이전 일정한 규모의 자금을 관리해 온 사실을 인정, 정면돌파를 위한 수순을 밟아 놓았다. 여기엔 신한국당이 확전으로 나올 경우 정면대응으로 맞받아 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국민회의가 9일 긴급 의원·당무위원 연석회의와 「음해공작 대책위」를 잇달아 열고 『신한국당이 증거를 내놓지 못하면 괴멸의 길을 가게 될 것』이라며 역공세를 취한 것도 김총재의 의중을 반영하고 있다.
김총재는 음해에 맞서는 최대무기를 「진실」로 상정하고 있는것 같다. 그러나 김총재가 이번 싸움을 만만하게 보고 있지 않음도 여러 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김총재는 8일 『이번 일은 대선에 영향을 미치겠지만 반발도 불러 올 것』이라고 말했다. 비자금파문이 김총재의 지지율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겠지만 폭로전을 자청한 신한국당에 대한 반발 역시 간단치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김총재가 신한국당의 추가폭로전에 일일이 대응할 것 같지는 않다. 김총재는 이미 상당한 손실을 감내하면서 자금관리 사실이 있었음을 인정해 버렸다. 꺼림칙한 부분을 털어버리고 평상심으로 돌아가겠다는 것이다. 김총재는 이를 강조하려는 듯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 9일 하버드대 동창 조찬모임에 참석한 데 이어 10일엔 예정대로 부산 통도사를 방문한다.<고태성 기자>고태성>
김대중 국민회의총재의 비자금파문 소용돌이속에서 이회창 신한국당총재는 말이 없다. 기껏 9일 대전에서 기자들에게 마지못해 『불행한 일이다. 현재로선 그 이상 할 말이 없다』고 했을 뿐이다.
그는 입을 다물고 있을 뿐 아니라 「몸」까지 아예 중앙 정치권에서 멀리하고 있다. 강삼재 총장이 비자금주장을 발표한 7일, 당이 2차 공세자료를 내놓은 9일 모두 당밖에 있었고 주말에도 지방방문 일정이 잡혀있다.
그러나 이총재가 정말 할 말이 없어 이처럼 조용히 움직이고 있다고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오히려 그는 들리지 않게 『3김시대의 구각은 이제 깨뜨려져야 한다』고 웅변하고 있는 듯하다. 그럼 이총재는 왜 침묵하고 있을까. 『그게 3김과 자신을 차별화할 수 있는 길이라는 판단때문』이라는게 정답일 것 같다. 『아예 흙탕물에 손을 담그지 않음으로써 김대중 총재의 「구시대 정치」와 자신의 도덕성, 참신성을 대비시키겠다』는 의도로 비쳐지고 있다. 『이번 파문의 「위험성」을 고려, 후보 자신이 부담을 지는 상황은 피하려는게 당연하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이렇다고 이총재가 비자금정국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강총장으로부터 직·간접적인 보고를 받으며 모든 상황을 「장악」하고 있다』고 보는게 옳을 것같다. 특히 청와대와의 조율 등 굵직한 정치적 사안은 그 자신의 몫으로 남겨뒀을 가능성이 크다. DJ비자금정국은 이총재가 사실상 「프로정치인」으로 치르는 첫 「전쟁」인 셈이다.<신효섭 기자>신효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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